소소한 일상의 흔적/내 마음속 기억

무작정 나선 여름여행길..1

찌에르 2012. 8. 8. 23:45

아이들 어릴때를 제외하곤 따로 여름휴가라고 이름짓고 나선 여행길은 그리 많지않다..

남편과 휴가 일정이 잘 맞지도 않았지만 무엇보다도 뙤약볕 교통지옥을 감내할 인내심 부족에

작 복작한 곳으로 한꺼번에 몰려나가는 경험이 그리 유쾌 하지만은 않았기에..

소소한 일상에 치여 정신없는 삶속에 여행이 주는 기쁨이 얼마나 큰지는 잘 알고있지만

실상은 휴가라 함은 집에서 쉬는게 더 보약 같은게 내 상황..

더군다나 뭐든 가족이 함께 해야 한다는 생각인 나와 달리 남푠의 생각은 좀 달라서

아이들은 떼어놓고 상황이 되는 대로 둘만이라도 떠나자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았다..

물론 나 없이도 잘 지내겠지만..그것과는 별개로 이러저러한 내 기준으로는 딸아이들만 남겨놓고

부모가 며칠씩 집을 비운다는게 쉽지 않은 성격이었으니..

아이들이 크고나니 정말 네식구 한꺼번에 나가는게 쉽지가 않다..

아이들도 나름 바쁘고..엄마 아빠 보다는 친구들과의 시간을 더 선호하고..

개인의 취향이 다른건 어쩔수 없지만 남푠과의 여행길이 쉽지 않았던건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여행은 미리 계획하고 움직이는 나와는 달리 남푠은 늘 즉흥적으로 차에 시동만 걸면 되는줄 안다..

숙소며 먹는거며 테마를 정하고 움직이려는 나와 달리 여행의 참맛은 계획하는게 아니라 

무작정 길을 나서는거라는 남푠의 생각은 내겐 참 대책없어 보이고 성의없어 보였으니..

그간의 여행의 기억이 모두 안좋았던건 아니지만 늘 떠나기전에 작은 마찰로 인해 맘이 상한 경우도 태반..

많이 조율이 됐다지만 아마도 여행에 대한 견해 차이는 앞으로도 그리 좁혀지지 않을것 같다..

그럼에도 이번 여행길은..남푠의 주도대로 무작정 시동만 켜고 떠난 여행..아니 소풍이란말이 더 어울릴..

바다 보러 가자..이 한마디로 갑자기 퇴근해선 떠나잔다..애들은? 숙소는?

딸들은 알바에 친구들과의 여행계획에 합류할수가 없는 상황..

아~진짜..자기 맘대로 모야~

딸아이들마저 둘만 편하게 다녀오라고 부추기고..

그래..하룻밤만 나갔다오자..

 

한가한 고속도로 

솜사탕 같은 뭉게구름 

 

딱히 갈만한곳도 없으니 그저 동쪽으로 나선길..

이미 한차례의 휴가 전쟁을 치뤘던 고속도로는 민망할정도로 한가롭고..작렬하는 태양은 모든걸 태워버릴 기세다..

달랑 옷 한벌과 생수 한병 들고 따라나선 걸 바로 후회 할정도로 날씨는 장난 아니게 뜨거웠다..

한참을 달리다 남푠왈..하늘 좀 봐..무작정 나온 길이지만 둘이 이렇게 나선길이 얼마만이냐..좀 웃어라..

갑작스런 여행길에 머리속이 복잡하고 아이들이 신경쓰여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나..

비로소 시야에 들어온 하늘은..하얀 뭉게구름 천지였다..

푸르다 못해 눈이 부신 하늘에 말 그대로 뭉게뭉게 흩어져 있는 구름..

정말 양떼구름..토끼구름이 있을것만 같은..8월의 하늘이 이토록 아름다웠었나..

나도 모르게 카메라는 구름만 찍고.. 

 

대관령의 갑작스런 운무와 안개 

마치 유령의 도시처럼 짙은 안개를 만나다

양떼목장 입구 

어느새 노을이 지는 하늘

 

계획없이 나와 지나는 길에 마땅한 곳이 있슴 들려보는 식으로 다니기로 하고

여유롭게 휴계소마다 다 들리며 쉬엄쉬엄.. 처음으로 찾아간 곳이 대관령 양떼목장..

그러나 너무 여유를 부렸나..입장시간을 넘긴데다 갑작스런 운무와 안개 때문에 양님들 모두 퇴장..

양떼는 구경도 못하고 양 인형만 잔뜩 보고 왔다는..

것봐..이러니 계획없이 다니는게 문제라는거야..결국 볼멘 소리를 하고야 말았다..

허허 웃는 남푠..목장입구에서 감자떡 한보따리와 양꼬치를 사들고 와선 먹으란다..

방금전까지 양떼보고 이쁘다~이쁘다~하다가 내려와선 맛나게 양꼬치를??

둘러보니 그 많은 사람들..하나 같이 양꼬치를 맛나게 드신다..켁 -.,-'

 

인공폭포인 백석폭포 

 강원랜드의 마운틴벨리

 

양떼목장을 뒤로 하고 달려간 강원랜드..

정선을 거쳐 가는 길목에 굉장한 폭포발견..이 가뭄에 산꼭대기서 부터 물이 내려오다니..

차를 세우고 가까이 가보니 뭔가 이상한 느낌..왠 레이저 쇼 까지?

백석폭포라는데..알고보니 인공폭포..-.,-;

온김에 사북에 있는 아줌마도 보고 이곳의 특수성 때문에 숙소 잡기가 수월하지 않아 하룻밤 신세지기로..

일부러 일하는데 방해될까 늦게 도착하니 저녁도 안먹고 기다렸다네..미안하게스리..

하루종일 끔찍했던 더위가 이곳에선 어느새 가을 기운으로 변해있다..

은은한  달빛이 소리없이 내몸을 감싸고 풀벌레 소리조차도 가슴에 시가 되는 시간..

마운틴 벨리 야외 의자에 앉아 새벽까지 이야기 꽃을 피우고 숙소로 돌아와 영국과의 축구경기를 보았다..

정말..어찌나 경기를 잘 풀어내는지 피곤도 잊고 응원..간만에 소리 지르며 축구경기를 보았다..

경기 끝나고 나니 어느새 창문 밖은 훤하게 해가 솟고..세시간 자고 일어나 다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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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연동굴입구 

 동굴입구까지 타고간 미니기차

종유석의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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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주와 석순 

석탄박물관내 전시되어 있는

원석들 

형광물질을 함유한 다양한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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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박물관입구 

갱도입구와 운반철도 

갱도내 모형 

 

동해로 가는 길에 태백을 들려 석탄박물관과 용연동굴을 찾았다.

이들 어릴때 견학차 다녔던 곳을 남푠과 둘이 다시 찾으니 우습기도 하고..

해발 920 미터 위에 자리한 용연동굴은 덤프트럭을 개조한 미니기차를 이용해 올라간다.

고생대 퇴적암류로 형성된 곳으로 길이가 843 미터나 되는 깊은 굴이다..

동굴안은 평균 기온이 9~11도 내외..갖가지 모양의 종유석과 석순등 기괴한 동굴생성물들이 신기했다..

모든 길이 계단으로 되어있어 돌아 나오니 다리가 후들후들..역시 몸을 너무 아끼고 살았나보다..ㅋ

석탄박물관 에서의 관심도도 역시나 달라 난 보석으로 쓰이는 각종 원석구경과 고생대 생물 화석을..

남푠은 막장 인생이라 칭하는 갱도와 석탄채취 현장을 둘러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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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달려있던

솔방울 

 길가에 핀 코스모스

 아슬아슬 곡예를 보이던

잠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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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발원지 황지연 

하늘이 들어있는 맑은못 

황지의 유일한 버거

 

점심을 먹으러 태백을 지나 황지라는곳을 들렸는데..황지에는 낙동강의 수원지가 있다고..

잠깐 들려보니 도심 한복판에 이리 맑은물이 있을까 싶게 발원지가 조성 되어있다..

다만..동네 할아버지들의 아지트가 되어 사방천지에 빈술병과 술냄새 지독한 곳..

놀이문화가 많지않은 소읍에서의 풍경이라 한편 이해가 되면서도 낙동강 발원지라는데 조금 아쉬웠다..

간단하게 점심을 때우고 해지기전 바다로 가려는 생각으로 음식점을 찾다보니..

헐~우리가 입맛이 까탈스러운건가..죄다 음식점이라곤 고깃집과 닭갈비집..

그 흔한 페스트푸드점 하나 안보인다..삼십분을 돌고돌아 찾은 수제버거집..어찌나 반갑던지..

그러나 수제버거라서일까..유명 버거보다 가격이 쎄다..

버거가게 이름이 영철버거..이름이 촌스럽다 속으로 웃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개그맨 김영철이 창업한 버거집이라네..가격대비 맛은 쏘쏘~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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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평계곡 

앵그리버드 게임

바위산이 독특했던 산양마을 

 

다시 가까운 곳에 있는 호진항을 향해 고고씽하다 덕평계곡이라는곳에 잠시 정차..

축구보느라 세시간 밖에 못잔 서방..오수를 즐기는 동안 난 우아~하게 앵그리버드 게임 삼매경..

덕평계곡은 꽤나 유명한 계곡이던데 가뭄에 물이 말라 바닥이 보인다..

그럼에도 가족끼리 계곡을 찾은 이가 꽤 많았다..

깊은 숲속에 맑은 물..그늘진 곳에서의 바람은 가슴까지 시원하다..그래서 다들 계곡을 찾나보다..

인기척에 놀라 눈을 들어보니 일고~여덟살쯤 되보이는 꼬마..창문너머로 나를 넘겨다 본다..

아줌마가 이미 한물간 게임을 하고 있는게 신기했나보다..켁^^

그렇게 동쪽으로 달려가며 마음에 드는곳에서 한컷씩 사진도 찍고..어느 한곳 멋지지 않은 곳이 없었지만..

 

 

 

작지만 아름다운 나곡 해수욕장

 

한적한 후정해수욕장

무심한 파도와 노을 한자락

 

호진항이 한적하면서도 회가 좋다하여 찾아갔는데 네비아가씨와의 소통에 문제가 있었나..ㅋ

왼쪽의 호진항을 지나쳐 아래로~아래로~ 결국 해지기전 찾아간 곳이 나곡 해수욕장과 후정 해수욕장..

동해의 모든 바닷가가 아름답지만 모두 해수욕장으로 적합한것 아닌가보다..

유명세를 덜 치루어 한적한 바닷가는 모래사장 바로 앞이 깊은 물이라 조금 위험해 보였지만

아이들의 깔깔 웃는 웃음소리와 갈매기의 날개짓..더불어 한자락 노을까지..평화스럽고 따뜻했다..

 

작은어선들이 있는 임원항

어둠이 내린 포구

어항 옆에 자리한 횟집들 

싱싱한 횟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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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부부의 저녁꺼리들

 달랑 회만..

초고추장 범벅 회무침 

상추에 싸서 한입 


저녁을 먹기위해 남푠의 기억속에 남아있는 횟집을 찾아 다시 위로..임원항이란 곳을 찾았다..

고깃배들이 묶여있는 작은 어항인 이곳엔 작은 횟집들이 줄줄이 늘어서있다..

둘이 먹기엔 버거운 양이었지만 제일 작은 것을 주문하고 술도 없이 탄산음료로 건배를..

어느덧 어둑어둑해진 밤 바다를 보며 저녁을 먹었다..

역시나 기억은 시간이 입혀지면 아름답게 채색되어지는것..

남푠이 친구와 찾았던 추억속의 그 작은 어촌과 회맛은 기억속에만 존재하는걸로~

이젠 그 어느곳에도 정겨운 사람의 마음은 기대하기 어렵다는걸 실감하고 돌아선 어촌에서의 저녁..

비릿한 어촌의 냄새와 어두운 바다위 흔들리는 어선들을 보며 잠시 산책을 한 우리는 이제 어디로 갈까..잠시 막막..

그렇게 무작정 떠난 우리의 이틀째 밤이 시작되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