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요란한 빗소리에 조금은 다행이다 싶었는데..
결국은 맑게 개인 아침..
궂이 여행이랄것도 없는 잠깐의 소풍..
월요일 출근에 지장없이 가까운 거리로 나선길..용산에서 경춘선을 타고 춘천을 갈까..하다
사진 위주의 소풍임을 감안해 조금 가까운 양서 세미원으로 향했다..
찾아보니 흡연불가에 음식물 반입도 불가 더불어 그 흔한 자판기도 없단 말에
있는재료 볶아 주먹밥과 샌드위치 한쪽..시원한 냉녹차 한병 달랑 들고 출바알~
예전만큼 내 시간이 없긴 서로가 마찬가지이다 보니 한해 두어번의 휴가도 날짜 맞추기도 번거롭다..
그러다 보니 사는게 팍팍~하다 투정이 나오고 짜증이 늘고..여행이 무슨 숙제처럼 은근 부담이 되었다..
그러다 지난번의 출사 이후 서로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당일치기로 소풍나가자 란
무언의 약속을 했었는데 그것도 사실 쉬운일은 아니어서 생각만큼은 되지 않았다.
휴일은 늦잠도 자고 싶고..가끔은 인사도 다녀야 할일이 생기니까..
사실 대부분은 나의 게으름이 소풍 불발의 원인이기도 했지만..
지난 3월의 남이섬 출사가 꽃샘추위로 고생길이었음에도 좋았었나보다..
남푠은 가차없이 춘천으로 가잔다..
그 옛날과는 달라진 풍경임에도 기차 여행은 새삼스럽게도 작은 설레임과 신선함을 준다..
오늘의 날씨는..그야말로 변덕의 극치..
하늘의 햇살은 반짝이는데 쏟아지는 비는 뭔지..호랑이가 장가가는날? 여우가 시집 가는날?
덕분에 하나밖에 없는 우산으로 이리 가리고 저리 가리느라 남푠..애썼다..
궂은 날씨에도 몽연히 피어 오르는 물안개와 산허리를 감아도는 운무는 어쩌면 그리도 아름다운지..
연잎 빼곡한 연못에 수많은 동그라미를 그리며 쏟아지는 빗줄기는 햇빛을 받아 갈치의 은비늘처럼 반짝인다..
만일 햇빛이 창연한 맑은 날이었다면 그리 감흥이 일지 않았을..고마운 날씨..
오락가락 내리는 비의 비릿한 냄새와 이름모를 꽃들의 흔들림까지 모두 충분한 위로가 되어준다..
세미원에 들어가기전 근처의 작은 놀이터 의자에 앉아 남편과 도시락을 먹었다..
언제 이랬던적이 있었나 싶게 재미있고 맛난 점심이었다..
저만치 떨어진 모래밭에서 작은 참새 한마리가 모래샤워에 열중이다..
뜨거운 햇살에 소낙비에 젖은 날개도 말리고..신통하고 대견하다..
시간만 여유 있었으면 저 멀리 두물무리까지 가보고 싶었지만 쏟아지는 비 때문에 포기..
정갈하게 잘 꾸며진 세미원은 역시나 카메라 부대가 대부분..
저마다 성능 좋은 카메라를 장착하고 쏟아지는 비에도 아랑곳 없이 작품에 열중이다..
아쉽다면 이미 져버린 연꽃..지난주가 절정 이었다는데 몇개 남지 않은 연꽃이 고맙네..
그러나 그 아무리 카메라가 좋은들 내눈에 담는것 만큼 아름다울순 없을것 같다..
생뚱맞은 생각 하나..우리나라 전철 체계는 정말 세계 1등인듯..
경기도 용문까지의 중앙선이 서울시의 시내 지하철보다 고급스럽고 쾌적하다..
궂이 차를 끌고 나올 이유가 없게 거미줄처럼 잘~연결 되어있고 환승제 덕에 움직이는데 아무런 부담이 없다..
사진에 대해선 아직도 문외한이지만 사진은 남푠과 내가 잘 맞는 취미중 하나..
오늘은 그저 카메라 성능에 대한 공부 차원으로 무조건 찍자가 컨셉..
그래도 그렇지 집에 와보니 건질게 진짜 없다..실력 없으면서 카메라만 탓하는 양심불량의 울부부..
다음엔 고속전철이라는 경춘선을 타고 춘천을 가볼 생각..
용산에서 강원도가 1시간 거리라니..세상 참 좋다..좁다?
이름모를 꽃들이 몇개 있어 무조건 찍고..쏟아지는 빗줄기가 그려내는 동그라미도 찍어보고..
빈 항아리 인줄만 알았더니 음악분수였던..갑자기 솟구치는 물줄기에 깜짝 놀라 찍어도 보고..
때이른 고추 잠자리와 숨어 있던 나비도 찍고..알차게 영글어가는 새파란 아기 밤송이도 찍고..
맑은 햇살아래 거짓말 처럼 쏟아지던 빗줄기도 찍고..그리고..늘 내편인 남푠도 몰래 찍고..
귀찮다고 나서지 않았으면 후회할뻔한 소풍길..
양서를 양평으로 잘못 기억해 여섯 정거장을 더 간후 다시 되돌아온것만 빼면 나름 행복한 소풍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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