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제법 굵은 빗소리에 눈을 떳다..
며칠을 꼼짝없이 잉여의 몸으로 누워만 지냈다..
식구들이 각자의 일상에서 돌아오는 긴 하루를 오롯이 무기력하게 견디고
의지와는 상관없이 모든걸 손에서 내려놓고 휴식 아닌 휴식을 취했지만
마음은 11월 초 겨울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 숲처럼 버석버석 마른소리가 났다..
하릴없이 시간을 죽이고 있는게 왠지 부담되고 짜증이 났다.
누워있으니 그동안 애써 외면하고 살았던 집안 곳곳의 먼지며 청소꺼리..
정리를 기다리는 빨래감이며 미뤄 두었던 내 숙제들..
사람 사는데 뭐가 이리 할것이 많은지..
아이들이 크고 남푠이 있어도 결국은 내손을 타야만 하는것들..
내 몸 아픈것 보다 결국은 내몫을 다른 누군가가 해야만 돌아가는 상황이
마음의 빚으로 남는다..
뭐라고 먹어야 해서 냉장고를 여니..
순간 왈칵..눈물이 난다..
생수와 기한 지난 우유..계란 몇알이 전부..
며칠 아픈 나로 인해 가족들 역시 괜한 눈치와 서먹함으로 불편한 기색이다..
그들의 사랑이 부족하지 않음에도 자꾸만 확인하려는 무언의 내 요구에..
외출한 딸아이에게 몇가지 식료품을 사오라 주문을 했다..
다시 냉장고에 재료들을 쟁여 놓고 요술을 부려야지..
하루 한끼라도 마주하고 먹는 밥이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일인지
며칠 까먹고 있었다..
때아닌 스산한 마음속 바람도 서먹한 분위기도 잠재울 따끈한 밥..
마냥 처져 있어서는 안될 이유중 하나..
맘 놓고 아플수 있는것도 일종의 호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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