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입원하셔서 이틀연속 두번의 수술을 받고 내내 맘졸이던 시간들..
약속이나 한듯 일부러 웃는 얼굴을 짓고 있었지만 애간장이 녹는다는 말..절감했지요..
오늘 아침..담당 주치의의 퇴원 허락을 받고 짐싸서 아바지 모시고 나오는데
하아~세상 참 아름답더군요..
우리 아바지..마치 여행이라도 다녀오신듯 성큼 집으로 들어서시며 방마다 다 둘러 보시더라구요..
당신의 공백기간 동안 혹시라도 흔들렸을 울타리를 점검하시듯..
저녁 시간에 손자 손녀 모두 모여 케익을 잘랐어요..
사실 오늘이 울 오마니 생신이신데 아바지 병환으로 인해 엄마 생신을 안차렸거든요..
아바지 퇴원기념과 엄마생신 축하겸..
다 모여봤자 달랑 10명밖에 안되는 가족이 오늘따라 참..간촐해 보이더군요,,
우스개 소리로 자식농사 좀 풍작으로 지으시지..달랑 둘이 뭐요?
형제가 많아야 병원비도 부담이 적지..진짜 대책없는 부부야..ㅋㅋ 농을 다 했네요..
이렇게 웃고 떠들수 있는게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한 일인지..
며칠은 죽을 드셔야 해서 낼 오전 출근길에 드리려구 브로콜리 죽을 준비했어요..
막상 맘과는 달리 실질적으로 해드릴수 있는게 별로 없단 사실이 사람 참 무능하게 합니다..
이 나이먹도록 홀로서질 못하고 아직도 부모님 그늘에 안주하고 있는 애물단지인 딸은
가족들 신경쓸까 먼저 웃고 용감해 지려 애쓰시는 모습이 가슴이 저려요.
암 이란 단어 앞에 쿨하고 용감할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이젠 자식에게 요구도 하고 투정도 부리셔도 되는데 언제나 늘 자식이 먼저인 아빠..
이번일로 가족 모두 가슴 철렁한 경험을 했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꼭 아픈경험만은 아니더군요.
서로 얼마나 애뜻한지..얼마나 깊게 사랑하는지..또 얼마나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인지를 알았으니까요..
집으로 돌아오는길에 서방과 손깍지를 끼고 천천히 걸어왔어요..
품속으로 파고드는 싸한 바람속에서 겨울냄새가 납니다..
11월..
가을도 아닌 그렇다고 겨울도 아닌 어정쩡한 시간..
홀로 남겨진듯한 그럼에도 없으면 허전할 시간..
예전 직장 사무실 전면이 커다란 유리창이었는데 연대 뒷산 임업수목원이 바로 내다 보였었죠..
계절마다 아름다운 나무들의 자태로 눈이 즐거웠는데 유독 11월이면 가슴 한켠이 시렸어요..
그것은 11월이면 잎사귀가 모두 떨어져 나간채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있는 회양목 때문이었죠..
마치 유럽 숲속 늦가을을 찍은 풍경처럼 회색빛 가는 가지들이 모여 연출하는 신비로운 색감과 자태는
금방이라도 하늘에서 하얀눈이 후두둑..하고 떨어질듯 낮게 깔린 회색빛 하늘과 어우러져
이유없는 그림움을 기억하게 했고 내 좋은 이들에게 편지를 쓰게 했죠..
그때만 해도 문자나 이메일이란 콘텐츠는 상상도 할수없던 아나로그 시대였는데..
11월만 되면 이유없는 그리움에 가슴 한켠이 먹먹해져요..지금도..
계절을 타는 예민한 신경줄의 소유자도 아닌데 11월의 바람은 어디선가 낙엽타는 냄새가 뭍어오듯
알싸하게 가슴을 헤집어요..
유난히 까칠해져선 맘과달리 좋은이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죠..
이런 저를 서방은 아직도 덜 여문 도토리 같다고 합니다..
혀끝에 닿는 톡 쏘는듯한 쌉쓰름함과 거친 껍데기를 까고 보면 뽀얗고 매끄러운 여린 속내가 닮았다고..
자기니까 덜 여문 도토리처럼 까칠하고 쌩한 사람 이쁘다~하고 산다나 뭐라나..
결국은 자화자찬으로 끝..
어찌보면 처음 겪는 위기였지만 새삼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 볼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깊어가는 가을도 이제 한뼘정도만 남은듯 어느새 겨울이 성큼 다가왔네요..
모두 건강 유의 하시고 사랑 많이 하세요..
응원보내주신 모든 님들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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