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의 흔적/내 마음속 기억

울가족생일 실종사건^^

찌에르 2010. 11. 9. 22:13

몇달전에 이미 예정되었던 오마니의 제주도여행..

여행 전날..오마니 호출..

- 딸~ 엄마 옷 좀 코디하러 안올래?

- 뭔 코디씩이나~..옷자랑하러 가셔?? 추운데 따숩게 입고가심 되지..

   안가신다 할땐 언제구 옷타령이셔~ ㅋ

- 엄마가 촌스럽게 옷입구 감 넌 좋냐?..하나밖에 없는 딸이란게 무심하기는..됐다 끊어!

- 뚜. 뚜. 뚜 .뚜~

암튼 노친네들이 유난시러버요..

오마니 아파트에 가니 문열어 주시면서 하얗게 눈을 흘기신다..ㅋㅋ

갑작스런 추위때문에 멋내긴 다 틀렸구 새로 산 밝은가지색 고어택스 방한복과 자주색 패딩바지 한벌과

진한 코발트색 후드 패딩반코트에 핑크색 목티와 조끼 블랙 청바지 한벌..

늘 드셔야 하는 약봉지와 화장품, 속옷,세면도구 썬글라스,가이드 연락처까지 하나가득 가방 꾸려드리니

그제서야 배시시 웃으신다..

오늘 이른 아침 공항까지 배웅하고 돌아오는길 불현듯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단 생각끝에 소위

울 가족 생일 실종사건이 떠올라 웃음이 났다..

연초..

갑작스런 엄마의 전화를 받고 서방과 날아갈듯 달려가보니 울 오마니 한발짝도 못 움직이고 계셨다..

전날 운동 마치고 들어오시는 길에 갑자기 뚝!하고 왼쪽무릎에 통증이 왔는데 밤새 퉁퉁 붓고 움직일수가 없다는..

바로 모시고 대학병원 응급실로 들어가 기본 검사에 CT 촬영까지..

검사결과 왼쪽무릎 연골 파열..수술해야 한다는 말씀에 바로 입원..이틀뒤 수술날짜를 잡았는데

하필 수술날이 마의 벌스데이..-.,-'.당근 생일 파뤼는 패슈~

- 이래서 딸이 있어야 하는거야..

- 아무리 며느리가 자식 같아도 벗은 몸을 보일수 있니..용변 시중을 들라할수가 있니..

- 울딸 생전 처음 엄마때문에 고생이네^^

칠십이 낼 모레인 지금까지 엄만 자식인 우리에게 늘 베풀기만 했지 부축한번 받아보신 적 없이 당당하셨었다..

그런데 그렇게나 이쁘고 당당하던 엄마도 병원에서 환자복을 입고 계시니 영락없는 노인네..

너무나 당연한 일임에도 당신 때문에 자식이 불편해지는걸 못견디게 미안해 하셨다.

덕분에 엄마 수발 좀 들고 난 완전 효녀등극ㅋㅋ

원래 가족수가 적다보니 어른 애 가리지 않고 생일날은 무조건 다 모여 꼭 챙겨주는데

오마니 퇴원후 물리치료 집중하느라 경황없는 상황이어서  2월 아바지 생신도 간소하게 차려드리고

4월 5월 7월 겹쳐진  조카녀석들과 큰아이 은비, 올케, 울서방 생일도 간단하게 패슈~

그러다 한달전 갑작스런 아바지의 위암수술..하필 그날이 작은아이 까만콩의 생일..당근 패슈~

한술 더 떠 아바지 퇴원날이 또 울 오마니 생신날..

아바지 큰수술 뒤에 무신 생일상이냐고 극구 사양하시어 간단히 퇴원축하겸 오마니 생신겸 케잌으로 대신 패슈~

가족들 중 젤 끝머리에 있는 며칠후의 남동생 생일..

올해 생일상 챙겨먹은 가족이 전무하단 이유로 자진 패슈~

결국은 올해 어찌된 이유인지 온 가족의 생일이 실종되었다..ㅋㅋ

내년엔 모두 따블로 생일 챙겨먹자고 선물도 따블 용돈도  따블..모두 한바탕 깔깔 웃었엇다.

연초부터 오마니가 내생일날 스타트를 잘못 끊으시는 바람에 줄줄이 머피의 법칙에 걸렸다고 농을 했지만

난생 처음 부모님 두분이 병원 신세를 지신게 늘 당연시 했던 것에 대한 경각심이 생길수 있었던 좋은 기회가 됐다..

예상밖으로 너무 추워 두터운 옷 잘가져왔다고 울딸이 역시 현명하다고 웃으시는 오마니 전화 목소리가 마치 소녀같다..

잠깐이라도 아바지 걱정은 놓으시고 친구분들과 행복한 시간이 되시길..

내일 아바지 식사 담당이라서 삼치 강정조림과 명란알찜을 준비했다..

아직은 부드러운 식감과 저염식단으로 식사를 하셔야 해서 반찬준비가 조금은 번거롭긴 하지만

얼마든지 감수할수 있는 이 정도의 수고조차 미안해 하시는 아빠의 얼굴이 새삼 가슴에 남는다..

부모가 편찮으실때야 비로서 철이 드는 자식은 낼모레 오십인 지금도 아직 어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