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울배우 시상식 후폭풍과 새작품 소식에 열광모드인 이시점에.. 생뚱맞은 추석후기 하나 올려요.. 이름하여 '달밤의 성묘'
이른 아침 차례상을 물리고 늘 그랬듯 몇가지 차례음식과 간단한 간식꺼리를 챙겨 성묘길에 올랐죠.. 다행이 경기도권이라 막혀두 두어시간거리.. 늘 소풍가는 기분으로 즐겁게 산행하듯 다녀 왔더랬지요.. 8년차로 돌아가신 두분 생전 금실좋기가 유난하시더니 합묘로 자손들까지 편케 해주시고^^ 동서내외와 아직 미혼인(솔직히 노총각임)막내도련님 이렇게 다섯명이서 아침에 내린 향좋은 커피와 영양가 많은 수다를 떨며 고고씽~ 벗뜨.. 고속도로 입구부터 장난아니라는.. 별수없이 달팽이 친구삼아 세월아~네월아~가기를 한시간째.. 슬슬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는 일행.. 혈액형별 성격 나누기 좋아하는 민족 아니랄까봐..성질들 나오더이다.. - 소심한 A형 울도련님..형이 알아서해..근데 오늘안에 갈수나 있나.. - 제멋대로 B형 울 시동생..모냐..교통방송 틀어봐 여기밖에 길없나? 돌아갔다 낼 다시 오자 (고속도로 한가운덴데 어쩌라구-.,-') 운전대 잡은 죄로 온갖 궁시렁 소리를 감내하고 가는 울서방.. 결국 일산 들어서자마자 대로를 버리고 소신있게 샛길을 선택했죠.. - 내가 군생활 여기서 했잖냐..여긴 눈감고도 다 알아~ 울 서방 쭉쭉 잘나가는 찻길에서 호기좋게 큰소리를 치더이다.. 처음엔 멀리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기어가는 차들을 보며 캬캬캬~고소해하며 바부팅이들 큰길만 길이냐 니들은 샛길 모르지~유능한 울서방 뒷꼭지까지 이뻐보이더이다.. 그.런.데.. 유능했던 울서방 이십분도 안돼 역사에 길이 남을 역적으로 사약까지 받을일이 생길줄이야.ㅠ.ㅠ 꼬불꼬불 산길을 타더니 여기가 아닌게벼..길이 많이 달라졌네 어쩌구..불안한 혼잣말.. 주위를 둘러보니 인가도 없는 산중..헐~ 터지기 일보직전인 방광들을 부여잡고 하악하악~ 둘러봐도 좁디좁은 외길산중.. 가져간 차례음식과 간식은 이미 허기진 우리들 뱃속으로 사라져 주시고.. 위급상황에선 남자들 생리 구조가 무쟈게 부럽더이다.. 아무대서구 바로 해결가능..하나님은 아담만 사랑하셨나보다 생뚱맞은 질투심까지.. 결국 오던길보다 몇배나 더 돌고돌아 어둑어둑해진 시간에 아버님 묘소에 도착.. 이미 성묘길에 나섰던 차들은 빨간 꼬리등 보이며 부웅붕~떠나주시는 시간에 차안에 있던 비상용 손전등 하나에 의지해 산을 올랐슴다.. 성묘음식으론 달랑 소주 한병에 마른명태 한마리 뿐.. 그나마 술은 입도 못대는 삼형제 덕에 살아남을수 있었던 음식이라는 ㅠ.ㅠ 반깁스한 팔로 서방 뒷허리춤 잡고 기어서 올라가니 하늘이 다 노랗더이다.. 달랑 술한병에 명태 한마리 놓고 생전 처음 초라한 성묘를 하고 허둥지둥 하산을 했슴다.. 깜깜한 산속에서 후레쉬 불켜고 달밤에 체조도 아니구 월하의 공동묘지 2 영화 한판도 아니구 남들이 봤슴 뭐라했을지.. 무엇보다도 돌아가신 시어른들께 얼마나 죄송한지.. 조금만 일찍 나올걸..올핸 유난히 뭐 이리 막히냐..이건 불가항력이었어~ 별별말로 서로 위안을 주려했지만 결국 그 어떤 말로도 죽상이 된 울서방 얼굴을 펴주지 못했슴다.. 불쌍한 서방.. 장남이란 이유로.. 운전대잡은 죄로..좀 잘해보겠단거 뿐이였는데..ㅋ 추석 보름달 보며 24시 햄버거집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돌아오니 11시.. 모두 씻지도 못하고 방하나씩 차지하고 돌아누웠다는.. 이것도 한편의 추억이 되어 웃으며 술안주꺼리로 씹을날이 오겠지만 돌아오는 차안에서.. - 난 무조건 수목장할꺼야..땅 한뼘이든 납골한쪽이든 차지하고 있는거 것두 민폐야.. 나도 자식에게도 어떤 형태든 자유롭고 싶어.. 꼭 무덤이나 납골을 찾아야 사랑하는 마음이 전해지나? 기억해주면 되는거지.. 했더니 울서방.. - 모냐..난 그래두 애들이 찾아올곳은 있어야 할것 같은데..그럼 난? 나두 수목장이어야 해? - 헐~ 당신은 당신 뜻대로 하세요..또 다시 엮이고 싶지 않거든요-.,-' - ㅋㅋㅋ 아주버님 제대로 퇴짜 맞으셨네요 ㅎㅎㅎ - 형..좀 잘해~ㅋ - 나빴스~ 마누라 -.,-' 정말..성묘문화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더군요.. 이상 올해도 별일있게 마감한 찌에르네 추석뒷담화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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