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의 흔적/내 마음속 기억

분명한건 난 참 이기적이다..

찌에르 2010. 9. 18. 00:00

핸드폰이 난리다..

새벽 6시 30분..??

- 여보세요?

- 은비야.. 나 수정이 아줌만데..

-네? 아~네..왠일이세요 이시간에?

- 어제 엄마 별일 없으셨니?

- ??

- 오늘 수영가는날인데 만나는 장소에도 없구 아파트 올라와서 현관문 두두려두 기척이 없구

   핸폰두 집도 다 전화 안받는다? 뭔일이니..

- 에?.. 아줌마 일단 끊어요..제가 가볼께요..

순간 잠이 확 깬다..

- 자기야..일어나..엄마 엄마네..

- ??

깁스한 손이 오늘따라 말썽..옷이 맘대로 안입어진다..

다시 울리는 핸폰..

- 여보세요? 아줌마..

- 어..엄마야..아줌마 만났어..

- 모야 ! 엄마..뭔일이야?

- 아니..오늘따라 아빠가 산에 가신다고해서 좀 일찍 나왔는데 그새 아줌마가 나랑 길이 엊갈린거야..

- 핸폰은 왜 안받구?

- 소파에 떨어졌나 가방에 없네^^ 놀랬냐~ 더 자라..

- 엄만~ 왜 핸폰은 떨구구 다님서 사람을 놀래켜어~? 진짜 내가 노친네 땜에 못살아..몰라~ 끊어!

 

순간 떨썩..눈물이 다 난다..아 짜증나..

속없는 서방 엄마한테 짜증냈다구 나쁜딸이라구 중얼대며 돌아 눕는다..

전화받는 순간 나도 모르게 전율이 일었단걸 서방은 모르겠지..

올해 일흔 일곱이신 울 아바지..예순아홉인 울오마니..

연세에 비해 십년은 젋어보인단 인사가 헛말 아니게 두분다 참 관리를 잘하고 계신다'

엄만 친정병력 때문에 경계성 당뇨에 혈압이 좀 높으시지만 새벽반 수영까지 하고 참 젊게 사신다.

특히나 울아바지 아직까지 병원신세 한번 안지실 정도로 건강하시다..

오히려 하나밖에 없는 딸이 나이 안맞게 여기아파 저기아파 골골댄다고 혀를 차는일이 비일비재..

밑으로 네살 차이나는 남동생과 십여분 거리에 모두 모여 살고 하루 한번은 꼭 얼굴을 보고 사니

부모님 걱정은 별반 안하고 산게 사실..

그런대 오늘..

정말 심각하게 고민이 됐다..

두분만 사시는 아파트에 혹여 무슨일이라도 생기면 그땐 정말 어떡하지?

만만의 비상 연락망을 갖춘다 해도 옆에 아무도 없을때 나쁜일이 생기면?

별별 망상으로 출근때까지 손톱만 잘근잘근 씹었다..

- 별일 아닌걸 가지고  뭘 그리 심각하니? 우리가 좀더 신경 써드림되지 괜차나^^

- 자기  엄마 아니라구 지금 느긋~하네..난 아직도 벌렁벌렁 죽갔구만..

동생에게 전화하니..

- 아줌마 또 소설 쓰시네..됐네요..넘 걱정마 내가 더 신경쓸게 ㅋㅋ

- 아니..신경 쓰구 안쓰구의 문제가 아니라 진짜 뭔가 대책을 새워야잖아..

- 아니 뭔대책? 엄마 아빠가 아직까진 두분만 사시겠다는데 갑자기 같이 합치자고 들어가리?

- 야~! 넌 웃음이 나오냐? 그시간에 전화 받아봐 오만가지 생각에 완전 파노라마가 따로 없지..

-아라써..더 신경쓰고 살께..놀랬슴 이젠 그만 진정하구..

지금까지 한번두 생각해보지 못했던 일이 결국은 예고없이 닥칠수 있단걸 이제사 절감하다니..

이 나이 먹도록 난 얼마나 안일하게 살았는지..울컥 겁이났다..그런데 뭘 할수 있지?

- 딸~ 미안해 놀랐니? 다신 핸폰 안떨구고 다닐께 맘 풀어..

- 엄마 진짜..(울컥)

- 걱정마 내가 너보다 더 오래살아줄께 그때가서 구박이나 하지마 ^^

- 엄만 지금 농담이 나오셔? 오래살기나 해..진짜로 구박 안할께..

- 이따가 들릴꺼지? 깍뚜기 맛있어 빨랑 가져가..냉장고 좁아서 오늘 안가져 감 버린다..

- 암튼..이따봐요.

 

정말..할수있는게 하나도 없다..

시간을 멈출수도 그렇다고 늘 엄마 옆에 있을수도 없지 않은가..

준비하고 살수있는것도 아니고 결국은 어느 한순간 심장이 찟기는 아픔을 겪을텐데..

난 무엇을 두려워 하는걸까?

부모님의 부재? 아님 내가 겪어야 할 아픔?

결국 부모님의 부재로 인한 상실감,그리움과 안타까움..

그무엇으로 이름 지어지든 내가 겪어내고 감수해야할 고통의 무게를 사실은 피하고 싶은거다..

분명한건..난 참  이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