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의 흔적/내 마음속 기억

소심한 팬의 흔적 하나..(첨으로 올린 글이었어요)

찌에르 2010. 9. 14. 21:52

극성맞던 여름을 뒤로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소리없이 내리네요..

막 내린 커피 한잔과 딸기쨈 바른 토스트를 옆에 두고 뜬금없이 한손으로 자판을 두드려요..

피식..혼자생각해도 참..

열흘전 갑작스레 왼쪽팔을 다쳐 생전 처음 깁스란걸 하게되서 잠시 쉬고 있어요..

보너스 같은 이 시간을 얼마나 갈망했는데..왠걸요..

한쪽팔..그것도 왼손잡이인 내가 왼쪽팔을 못쓴단건..굶어 죽으란 소리와 똑같습디다..

오른팔은 완전 악세서리 그 이상 그이하도 아니었다는..

어설픈 젓가락질에 글찮아도그리 좋지않은 성격 더 나빠지고 암것도 할수없는 무력감에

괜한 짜증만 늘어요..

일한답시고 궂이 외면하고 살았던 집안 구석구석의 먼지들과 미뤄놓았던 자질구레한 일까지

막상 묶여있는 몸이 되고나니 어쩜 그리도 잘보이는쥐..

이젠 슬슬 가족들도 저를 피하는것 같다는..잔소리마녀란 유쾌하지 못한 별명까지..

사설이 길었내요..

이 황금같은 시간에 뭘할수 있나..하다가

당신의 작품들을 다시보는데 쓰기로 했죠..

당신의 첫번째 책 길도 읽는내내 보는내내 행복했지만 당신의 작품들을다시보기를 하다보니

약간의 여유가 생겨서일까? 눈빛 하나 대사 한마디에도 집중하게 되더군요..

솔직히 고백하건데 사실 전 당신의 모습보다 목소리가 더 좋습니다..

사람의 모습은 얼마든지 상대가 원하는 모습으로 변신할수 있지만 목소리만큼은

변질될수 없단 생각이거든요..

순전히 개인적 착각일진 모르지만 당신의 목소리는 신뢰감이 있어요

단지 남성적인 낮은 중저음이라서가 아닌 한마디 말이 나오기 까지 당신은 적어도 두세번은 생각하고

책임질수 있는 말을 하는 몇 안되는 남자란 신뢰감..

얼마나 바보같은지 당신의 목소리를 들으면 무조건 믿어주고싶고 맞장구치고 싶어져요..

대학생 딸 둘이 있어요..

이 나라 사춘기 소녀들이 다 이럴까 싶을정도로 한 아이돌 그룹에 빠져 그 비싼 콘서트를

(한두번이 아니었다는)

학교에 있는 아이들 대신해 실시간 인터넷 티켓팅에,

(혹시 아실라나..티켓팅이 단몇분만에 끝난단 사실을..전국 동시접속이라 빛의속도로

죽기살기로 덤벼야 한단걸..)

또 콘서트장에 모셔가고 몇시간 죽때리고 기다리다 모셔오고..

내정서에 맞지도 않은 노래까지 자연암송되던 시간들..아이들과 대화의 반은 그넘의 시키들 근황..ㅋ

지금 생각해보면 어찌 그일을 다했나 싶게 대단했죠..

이젠 폭풍갔던 사춘기 터널을 지나왔다고 자제하긴 하는데,

요즘 저의 하루 일과를 지켜본 두딸들의 반응..

"팬질은 유전이야..우린 역시나 엄마딸 맞음.."

몰랐는데 인정하고 싶지 않았는데 그런가 봄니다..

하지만 사람을 그토록 열정적으로 사랑할수 있는 마음이 내 아이들과 같음엔 은근 다행이다 싶어요..

좋아하는 만큼 그사람이 늘 행복하길 바라는건 너무나 아름다운 마음이니까..

사람들은 말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모습으로 당신이 영원하길..

모두의 바램처럼 다양한 모습으로 보여지는게 어쩌면 배우로서 당신의 의무일수도 있겠죠..

저 역시 저만의 바램으로 당신을 볼테니까요..

하지만 늘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작은 욕심하나가 있어요..

 "마음에서 마음으로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흘러가기를"..이란 당신의 말처럼

세상 사람들의 말과 욕심에 자신을 버리지 말고 조급해 하지도 흔들리지도 않길..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당신의 견고한 왕국을 이뤄나가길 진심으로 바래요..

우린, 늘 당신곁에 있어요..

언제나 응원하고 사랑하고 감동하고 공감하고 아직 보지못한 당신의 끝나지 않을

성장기를 함께 할꺼에요..

첫사랑과의 수줍음과 더불어 기억되어지는 아련한 간질거림과

열애중이었을때의 열정과 흥분,

평생의 반쪽에게서 찾은 든든함과 충만감,

남은 시간도 함께할 꺼란 믿음과 사랑,

이 모든 걸 함께하고픈 시간이 아직도 우리에겐 많이 있어요..

당신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당신은 최고의 애인이예요..

오빠,지섭씨, 소간지,아들,울배우, 불러지는 호칭이야 어찌되었든

우리의 사랑이 한낮 열병에 들뜬 풋사랑이 되지 않게 당신은 당당하고 충실하셔야 해요..

틀에 박히지 않고 모험을 두려워말고 하지만 자신에겐 좀 너그러운 그런 사람이길 바래요..

서른이 넘은 당신이 좋습니다..

언젠가 한 매체와 했던..나이에 맞게 자연스레 멋지게 늙고싶단말 기억하나요?

결코 적지 않은 나이지만 비오는 날 오후에 전해지지 않을 수다를 떨고 있는 내가 참 이뻐요^^

책속 보너스로 온 엽서를 벽면에 장식을 했더니 남푠 왈..

"상대가 넘 강하다..이나이에 소간지가 연적이 될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 마누라 눈높이 좀 내리지?"

남푠에게 한마디 했죠..

"몰랐어? 당신 딱 이십년전 모습인데.. 눈매며 코선이며 긴손꾸락까지...당신이 좀 낡아서 그렇지ㅋㅋ

당신 닮아서 내가 울배우 조아라~하는거야.. 바부팅이^^"

당신과 같은 하늘 같은 시간에 존재한단 사실 하나만으로도 열씨미 일상을 살아가는

수 많은 사람과의 좋은 인연에 감사하며..

주절주절 아줌마표 수다는 이만 끄읕~

이 비 그치고 나면 가을이겠죠..

늘 건강하고 행복하길 진심으로 바래요..

 

사설하나..아주 오늘 찌에르 말문 틔인김에 첨으로 영소사에 흔적 남긴 팬레터 공개함니다^^

오늘 하루에 백만년치 수다 다 떨고 바닥나서 한동안 잠수할지도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