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
친정식구들과 큰댁에 다녀왔다.
몇해전부터 건강이 안좋아지셔서 집에서 요양을 하고 계셨던 큰아버지께서
요로암 같다는 담당의사의 소견이 있어 병원에 입원을 하신다는 연락을 받았기에..
월요일 입원하시고 검사를 받으신다는데 아바지가 많이 불안해 하셔서 겸사겸사..
몇해전 심장질환과 우울증이 겹쳐 약물치료를 시작하셨는데 복용하시는 약의 후유증으로
신체기능도 많이 떨어지셔서 집안에서만 생활을 하셨는데 기본적인 의사소통엔 문제가 없지만
활동량은 많이 제한을 받았다.
슬하에 5남매를 두셨는데 큰아들과 막내딸이 출가를 하지않아 그나마 병수발을 들어줄 자식이 있어
연로하신 큰엄마께 많은 도움이 되었다..
늘 친척들에게 시집 장가 안가냐고..핀잔아닌 핀잔을 듣곤했었는데..결과론적으로 보면 다행인 일이 되었다..
병원에 입원하시면 인사 가도 되지않나?..하는 생각도 잠시
연세도 많으시고 지병이 있으신 분이니 수술중에 어떤일이 생길지 모른다고..
의식 있으실때 뵙고 오잔 아바지 성화에 우루루~
다행이도 큰아버지는 자신에게 생긴일에 대한 인지도 정확하셨고 걱정 말라고 오히려 난감해 하는 우리를 위로하신다..
올해 86세..
전쟁 당시 고모와 막내동생인 울 아바지와 보리쌀 서말만 먹고 돌아오라는 할머니 말씀에 피난길에 올랐다가
이북의 가족과는 그길로 생이별을 하는 기막힌 일을 겪으시고
아무도 없는 남한에 남겨져 장남으로서 두 동생에게 부모노릇까지 해야했던..
친정아바진 전쟁때의 이야길 전혀 해주지 않으셨다..
철들고 명절때 큰댁에 모이면 가끔 큰아버지를 통해 그때의 기억들을 조각으로 만나보는것 외엔..
큰아버지 덕에 울아바지가 공부를 마칠수 있었던것과 결혼해서도 지속적인 도움을 받았다는..
큰엄마도 울 오마니를 동서라기보단 부모처럼 챙겨주셨던 기억이다..
늘 인자하셨고 부드러운 성품으로 큰댁에 가면 당신딸들에 비해 어리고 작은 나를 참 많이도 이뻐해주셨는데..
친정아바진 집에 들어서자마자 눈이 빨개지신다..
몇해전 누님을 간암으로 잃어버린 아바진 부쩍 더 큰아버지에 대해 각별하셨는데
노환과 병환으로 내일을 기약할수없는 지경까지 이른것에 대한 원망과 아쉬움에 안타까워하셨다.
부모같은 형님이었으니 오죽할까..곁에서 보는 마음도 이렇게나 아리고 쓰린데..
뭐하러 다 왔냐고 되려 미안해 하시는 큰아바지..
조용하던 집안에 잠시 우리의 방문으로 북적거림이 좋으셨는지 연방 웃음을 지으신다..
검사결과에 따라 수술을 하신다는데 수술은 필수라고..
고통이 심해서 그냥 둘수가 없는..집에서도 간병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체력이 견뎌내실수 있을까..걱정이 앞선다..
아바지에겐 단하나밖에 안남은 혈육이고..우리집안의 대들보이신 큰아바지..
며칠 뒤 아바지 모시고 다시 병원에 가겠지만 잘 견뎌주시길 바랄뿐이다..
아직은 코끝이 쨍~하게 쌀쌀하지만 겨울이 가고 봄이 찾아오듯이 큰아버지께도 봄날이 찾아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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