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의 흔적/내 마음속 기억

올해의 첫 손님맞이를 끝내고..

찌에르 2012. 1. 24. 22:00

       

 

 

 

새해 첫날은 1월1일이 정석 아닌가?

도무지 구정은 새해 기분이 안난다..갠적으론..

무튼..내기분과는 상관없이 어김없이 구정은 돌아오고 난 할일이 많은 맏며느리임을 또한번 자각하고..급 우울해지고..

이십년을 넘게 하면서도 늘 허우적~ 능력이 안되는게야~

타고난 그릇은 종지사발인데 남의 집 맏며느리란 큰그릇 노릇을 하려니 버겁지..

감투아닌 감투를 쓰고선 철없을땐 잘한다~잘한다 소리에 홀라당 넘어가 참 열씨미도 버벅댔지..

아니..당근 해야하는걸로 알았지..울오마니도 그러했으니까..

우리집에선 일상이고 기본인게 다른집에서도 그럴꺼란 생각이 첫번째 착각..

형제 많은집은 무조건 따뜻하고 웃음이 많을꺼라는 기대도 착각..

달랑 둘뿐이어도 내동생과 나는..참..살뜰한데..

결혼하고 나서 난 참 배운게 많다 -.,-'

사실 어른들 제사음식이야 몇시간이면 뚝딱~ 일도 아닌데 문제는 명절이라고 오는 손님(?)들이란거지..

그나마도 얼마전부터 당일에 와주니 감솨~

일산 입주 해서부터는 이박삼일..참 징하게도 먹고 비비다 갔지..

오는사람 짐 덜어 준다고 조카녀석들 개월수 맞춰 우유에 기저귀까지 장만해 놓고..미쳤었어 -.,-'

그땐 아마도 천사증후군에 빠졌었나봐..난 절대 천사가 될맘도 없는데..

어찌보면 쫄딱 망한게 잘된일? 맹랑한 생각도 들고..ㅋ

그나마 형편이 축소되니 비비던 객식구들도 눈치를 보고 알아서 뜸해지고..

더불어 내 인간관계의 실체도 보게되었고..끙-.,-'

그래도 하루 왔다가는 손님들 눈에 지적질 당하는건 또 용납이 안되니 며칠전부터 서방만 잡는 나..

서방..언제부턴가 명절증후군은 자기에게 해당되는것 같다고 엄살이다..ㅋ

마침 마감과 겹친 명절이라 죽을맛이었을텐데도 화장실이며 베란다며 맡은바 소임을 다 해준다..이뻐^^

그래야지~ 다 그대 피붙이들 먹이느라 내가 할일이 얼만데~

이번 생일엔 밥도 못얻어먹고..분홍장미 꽃바구니에 케잌이 다였구만..난 너무 착해~

며칠전부터 음식리스트에 할일을 적어 냉장고에 떠억~하니 붙이고 다녔지만 눈에 들어오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는..

뭐랄까..매사 시쿤둥해진 내가 낯설다..왜지?

그럼에도 못말리는 맏며느리병..결국은 세시간밖에 못자고 마무리..

제사지내는게 불편하다는 크리스찬 동서..

그대의 신앙심에 태클을 걸려는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지만 가끔은 실소가 나오는건.. 

뭐~어자피 이십년 넘게 혼자해온 일인데 뭘 새삼스레..

나름 배려한다고 저녁시간에 맞춰 밥이나 한끼하자 문자를 보냈더니..되도록이면 가봐야죠~란 답..이건 뭥미?

이른 아침 추위를 뜷고 온 막내도련님과 함께 딸들 앞세워 차례를 지내는 서방의 뒷모습이 조금 짠하다..

뭐..어쩌겠어..내힘으로 안되는걸..글고 제사는 나 까지만..물려줄것도 없구..

우린 딸만 있으니 죽으면 화장해서 수목장으로..손바닥만한 납골도 사치야..일찌감치 서방에게 못밖아 뒀으니..

깜빡 졸다 일어나 저녁준비..

그래도 일년에 한두번 식사라고 대접하는데 늘 같은 음식만 내놓기 미안해 조금씩 변화를 주었는데

올핸 그나마도 귀차니즘에 주머니 사정이 안좋아 뺀 품목이 많다..  

 

1. 소갈비찜(고구마/밤/대추/당근)

2. 불낙전골(불고기/낙지/갖은야채/당면)

3. 훈제오리겨자냉채(갖은야채/겨자소스/훈제오리)

4. 코다리조림(코다리/알마늘/꽈리고추)

5. 닭가슴살 샐러드(샐러드야채/닭가슴살/홀그레인머스터드소스)

6. 잡채(갖은야채/버섯2종류/당면)

7. 멸치견과류볶음(멸치/호두/아몬드/호박씨)

8. 모듬전(꼬지/생선/버섯야채/동그랭땡)

9. 삼색나물(시금치/고사리/숙주)

10. 포기김치/알타리/나박김치  

 

세시간만에 찬음식부터 따뜻한 음식까지 시간차로 대령~ 나 참 능력있네..ㅋㅋ

생각보다 일찍온 동서 그나마 수저 놓고 밥퍼주고..

늘 맛있다 칭찬하며 먹어주는 두 고모부들덕에 그나마 좋은 마음으로 상을 차리게 된다..

모처럼 만난 사촌들..여자아이들은 지들만의 수다를 떨러 추운데도 별다방으로 고고씽~

남은 사내녀석들은 컴 하나씩 끼고 앉아 게임 삼매경~

식사 물리고 술상 받은 남정네들 요즘 시국얘기에 결국은 목소리 커지는 불상사까지..

에고~ 자기들이 아직 이팔청춘인줄 알어~

나라 녹 먹는 사람이야 별수없다지만 아직도 데모하고 구호 외치던 젊은날의 반족짜리 기억을 자랑할 필요까진 없다구 봐..

그건..어쩔수없는 시대를 산 우리들의 성장통일뿐.. 훈장은 아니지~

그렇게 긴 밤이 지나 모두들 돌아가고나니 새벽 별이 오돌오돌 떨고있는게 눈에 들어온다..

쨍~하게 추운 밤..그래서 더 빛나던 이름모를 별..

이렇게 새해의 첫 손님맞이도 무사히 끝낸 김여사..장해~암만^^

내일은 죽은듯이 시체처럼 잘꺼야 했더니 서방..웃는다..

그새벽 추운밤에 좁아터진 서방 호주머니에 손을 밀어넣곤 한바퀴 그리 걸었다..

나 한테 잘해~마누라 하난 기똥차게 얻은거 알지?

어우~내가 생각해도 낯뜨거운 말..그럼에도 잡은손에 힘을 주며 대답을 대신하는 서방..

사람 사는게 참..어려워..

맘처럼 잘 안돼..

그래도 욕심을 줄이고 조금 양보하고 살면 맘은 편해 그치?

전투적이지 못한 남정네를 만났으니 순응하고 사는수밖에..이건 포기가 아니라 양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