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의 흔적/내 마음속 기억

봄을 입다

찌에르 2011. 3. 1. 00:50

 

 

 

2월의 끝날과 3월의 첫날은

불과 하룻차이임에도 느낌이 많이 다르다..

창밖 어딘가에 잔설이 남아 있어도

3월은 완연한 봄이다.

끝나지 않을듯 길었던 겨울 끝자락 때이른 봄을 찾아 간 남이섬..

늘 익숙한 자동차를 버리고 새로 놓인 경춘선을 탔다.

지난날 우리의 풋풋함의 대명사였던 낡은 기차는 그곳에 없었다.

대신 깔끔하고 날렵한 전철로 대체되었지만

그럼에도 기차를 타고 가는 내내 우리는 과거로의 추억여행에 들떠 있었다.

아직은 강바람에 코끝이 찡했지만

물오른 나뭇가지도  반짝반짝 햇빛을 토해내는 강물도

이미 온몸으로 봄을 말하고 있었다.

높은 가지위 위태위태한 까치둥지에도

곧 새 생명들이 눈을 뜰것이고

뽀얀 속살의 나뭇가지에도 연초록 새순이 돋을것이다.

누군가의 염원을 담아 하늘을 향해 고개짓하는 솟대와

누군가의 간절함을 담아 위태위태 쌓여있는 돌무더기들

부디 그 누군가의 바램이 모두 다 이루어지길..

 

 

아직은 매운 바람속에 얼굴을 내밀고있는 팬지꽃

보랏빛 꽃잎속 하얀얼굴이 새색시 같이 사랑스럽다.

흙으로 빚은 동자승..

천진난만한 웃음이 보는 이 까지도 따뜻하게 한다..

운좋게 마주한 청솔모..

마치 애완동물마냥  사람에게 스스럼 없이 다가온다.

아마도 먹이를 얻었던 기억이 있는지

사람을 경계하지 않는 모습이

어쩐지 짠하다..

한무리의 닭들이 한가로이 돌아다닌다..

숫컷의 외양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한순간 새인가?? 착각을..

 섬 곳곳에 남아있는 겨울연가의 흔적

그곳에서 만난 지난 시간속 배우들의 사랑은 아직도 시리게 아프다.

새벽녁 빗소리에 망설였던 반나절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새 봄을 느끼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늘 반복되는 소소한 일상에서 잠시 한발짝만 내딛어도

세상은 이렇게 아름다운것을 우리는 잊고산다..

때 이른 봄을 입고온 오늘..조금은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