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의 흔적/내 마음속 기억

첫 부부싸움의 향수

찌에르 2011. 2. 24. 21:37

마리아님 이사 하셨다는 글 보다 갑자기 생각난 일 하나..

아마도 결혼후 서방과 첫 부부싸움이었다죠~ㅋ

저 역시 첫 아이 9개월때 첫 이사를 했었는데..

그때만 해도 요즘처럼 포장이사가 널리 알려지지도 않았고 비용 또한 만만치 않을때라

친구나 지인들이 와서 도와주는게 일반적인 이사 풍경이었죠..

이사 짐 올려놓곤 신문지 깔고 앉아 자장면 과 짬뽕 탕수육을 대접하는것 또한 빼먹을수 없는 인사였고^^

결혼하고도 친정 근처에 살다 첫아이를 낳게 될 즈음  엄마네 옆동으로 이사를 하게 됐는데

평소 오지랖 넓은 서방답게 친구 몇명과 후배들이 우르르~몰려왔겠죠..

그런데..

이분들..생초짜라는게 문제의 발단이었슴..

의욕만 앞섰지 도통 요령이라는게 없어  보는내내 불안불안..

배는 남산만~한 임산부가 걸리적 거린다고 참견도 못하게 하는통에 저 역시 맘이 살짝 상하기 시작..

젤 먼저 들어왔어야 할 장농은 아직도 밖에 대기상태..

결국은 시간만 잡아먹고 이삿짐은 반도 못들어오고..

급해진 서방..무조건 집어넣고보자는 식으로 순서없이 짐을 들이는데..

가구 자리 잡는거 코치하러 들어온 내 눈에 딱 걸린 장판..

안방에 미리 깔아놓은 장판 무늬가 어긋나 있었다는..여기서 잠깐..!

처음에 바로 잡지 못하면 보는내내 신경이 쓰일것 같아  장판 무늬부터 맞춰달라고 했죠..

서방 후배들 하던일 멈추고 달려와 장판 무늬 맞추고 있는데 뒤에서 들리는..

야! 너 지금 모하는거야~? 라는 믿지못할 벼락같은 서방의 호통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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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지금 정신이 있어~없어? 벌써 어두워지는데 애들 배고픈데 빨리 하고 밥먹여 보내야지

그깟 장판이 뭐 대수라고..너 같은 애가 군대가면 화장실 변기속 구** 도 줄 맞춰 행군하라 할꺼다 아마..

암튼 성질하고는..그냥 무시하고 살아..시간없어..

????

순간 시베리아 벌판보다도 더 싸~한 기운이 감돌고 눈치보던 후배들 빛의 속도로 이삿짐 부리고 줄행랑~

하루종일 버벅거리며 생전 첨 노동하고 간 후배들 챙기러 따라나간 서방 12시 넘어도 아니들어오고,.

변명의 여지도 없이 졸지에 서방 지인들 앞에서 성격이상자 되버린 나..

친정집에서 퉁퉁 부운 발 맛사지 하며 을매나 울었는지..ㅠ.ㅠ

난 그저 줄맞춰 달란것 뿐이었는데..그게 그렇게 철없는 소리였나..?

글고..설사 맘에 안들었대도 꼭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만삭의 아내에게 퉁박을 줘야했나..?

담날 아침.. 어수선한 이삿짐 사이에서 쪽잠 자고 친정집으로 찾아온 서방..

다시는 평소의 목소리 톤 이상으로 소리 내지 않겠다고..

서투른 일 하느라 힘빼는 후배들이 안쓰러워 빨리 밥먹여 보낼 생각에 그만 실수했다고..

한번만 용서해달라고 무릎 꿇고 싹싹 비는 통에 맘 돌려 이십년 넘게 살고 있슴다..ㅋ

나중에 들은 얘기로..

그날 후배들이 저녁 먹으며 한입으로 코치 했다나요~

이혼 당하지 않으려면 무조건 잘못했다 빌라고..ㅋ(잘했다고 해야할지~ 왜 그랬냐고 따져야 할지~ㅋ)

당시엔 너무나 놀라고 화났던 일도 시간이 지나니 이렇게 이쁘게 포장되어 추억이란 이름으로 웃게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싸움은 분명 가슴에 상처로 남죠..

하지만 그 상처가 아물고 딱지가 떼어지고 나면 싸움의 상처에도 내성이 생겨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여유가 생기는것 같아요..

혹시라도 지금 작은 다툼으로 맘이 상하신 분이 계시다면 신혼 초의 달달한 기억을 더듬어 보세요..

옆지기가 마냥 밉지만은 않을꺼예요..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