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의 흔적/내 마음속 기억

까만콩 천사를 만나던 날

찌에르 2010. 10. 27. 21:30

1991년 10월 28일 새벽 12시 07분..

이기적인 내게로 작은 콩 천사가 내려왔다.

첫아이 은비를 너무 힘들게 나은뒤라 둘째는 아무 계획도 없었는데 덜컥..

장남인 서방의 입장도 있고 혹 둘째는 아들일까 하는 헛바람도 한몫..

첫아이때 삼일 밤낮으로 진통을 겪고도 모자라 결국은 제왕절개를 한뒤라

둘째도 당근 제왕절개..

어자피 자연분만 아니니 아이에게 좋은날 받아주자는 어른들의 말씀에

70년 만의 대길날이라 온나라 예식장이 동이 났다는 1991년 10월 29일 오전 8시로

수술 날짜를 잡았다.

그러나..

인간의 이기심과 우매함을 비웃기라도 하듯 예정분만일을 열흘이나 앞당겨 잡아온

대길날이 무색하게 양수가 미리 터지며 아이는 그 전날 세상으로 나왔다..

돈만 날린 어르신들..잠시 허망해 하셨고 ㅋ

첫아이 은비와는 너무나 다른 외모에 뭐가 불만인지 밤낮으로 울어 대는 통에

석달이 넘도록 바닥에 등을 대보지 못하고 늘 앉아서 토끼 잠을 자야했고

어쩌다 우유 주는 시간이 일분이라도 넘어가면 이도 안난 잇몸을 앙 물곤

젓병을 거부하며 숨넘어가게 울어대는 통에 이 쪼매난 속도 속이라고 어디서 이런

 꼬장을 부릴까..신기해 하기도..

앞으로 이 성질 받아주며 키울일이 암담~하다 꼭지까지 돌기 직전

어느날 눈 떠보니 아침..엄마나 뭔일? 작은애를 보니 세상 모를 단꿈에 빠져 있었다..

그후 백일이 지난뒤론 완전 180도 변신..세상 그런 착한 천사가 따로 없게

눈만 마주치면 까르륵~ 방끗 찡끗 온갖 부릴수 있는 이쁜짓으로 사람을 홀렸다..

유치원에서 받아온 사탕은 늘 당뇨를 앓고계신 할머니 머리맡에 챙겨드리고

한글을 떼고나선 아침 출근길 현관앞엔 늘 아이의 깜짝 쪽지가 붙어 있었다.

차조심 하란 당부부터 오늘은 저녁반찬으로 문어모양 쏘세지를 해달라는 요구까지

참으로 다양한 소재로 아침 출근길을 행복하게 해줬다.

무슨일이든 떼를 쓰거나 어거지를 부리지 않고 설명을 해주면 순응했다.

학교에 입학해선 글쓰기와 미술에 재능을 보였지만 미술하던 언니 뒤에 가려

경기도 대상을 받았음에도 악기든 무용이든 공부든 늘 언니 다음이었다.

언니가 외고로 진학하며 삼년동안 기숙사 생활로 들어가자

이제 부터 외동딸 대접 받을꺼라 내심 좋았다는데 결론은 역시나 신분상승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키우는 내내 말한마디도 불편하게 하지 않고 늘 웃는 얼굴에 친구들도 어지간히

많았던 작은아이..

맏이라고 대접 받는 언니에게서 혹 질투도 있었을텐데 자기 밥그릇과 복그릇은

정해져 있는거라고 내게 없다고 남의것을 탐내거나 질투하면 정말 못난이라고

 대견한 소리를 한다..

태몽으로 꾼 꿈이 누군가로 부터 황금장식이 달린 초대장을 받고 파티에 갔는데

갑자기 건물에 불이 나서 모두들 대피하는 와중에 무언가 발에 걸려 넘어졌는데

주워보니 주먹만한 에메랄드 원석이었다.

작은 아이 해석에 의하면 이담에 자기가 엄마를 호위호식 하게 할 꿈이란다..

지금도 충분히 보석 같고 천사같은 아이..

너무나 이기적인 내게 세상을 가르켜 주러 내려온 선물 같은 아이..

어려서 부터 피부가 까맣고 눈이 별처럼 이쁘다고 붙여준 별명 까만콩..

북쪽하늘에 밝게 빛나는 별 이란 뜻의 이름이 있지만 늘 별명으로 불리는 아이..

늘 양보하고 배려하는 성품이 본인에겐 그리 썩 좋지만은 않아 손해보기 일쑤지만

아직까진 욕심부릴 생각이 없어보이는 순딩이..

까만콩..

부족한 엄마의 딸로 태어나줘서 너무나 고마워..

너를 키우며 엄만 여유가 생겼고 주위를 둘러보게 됐고 너그러워 질수 있었어..

넌 이기적인 내게 분에 넘치는 선물이야..

앞으로 함께할  너와의 시간도 엄마에겐 분명 축복일꺼야..

우리..지금처럼 서로 사랑하며 배려하며 예쁘게 살자..

생일 축하해..그리고 사랑해..

 

덧글..하필이면 할아버지 수술이 네 생일과 겹쳐서 이번 생파는 담날로 패슈~

         하게 된거 유감이야..무엇보다도 할아버지 수술이 무사히 잘 끝나야 하니까

         섭섭해도 이해해줘..생각해둔 선물과 가족식사는 담주에 하자..

         그때쯤이면 미술관 옆 돌담길이 낙엽으로 환상일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