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의 흔적/내 마음속 기억

내 맘의 빚은 얼마인지..|

찌에르 2010. 10. 11. 22:38

오늘 오프라 모처럼 늦잠도 자고 밀린 이불빨래며 청소좀 하려했는데

울 오마니 어찌나 딸내미 새끼줄을 잘 꾀고 계신쥐..어젯밤 엄마의 전화..

- 너 낼 시간되냐?

- 암튼..난 평생 손오공 아니 엄마 손바닥서 놀아 -.,- 왜에~?

- 며칠있다 여행가자나..아줌마들 데리고 백화점 좀 가주지 딸..

  그래두 니가 가야 엄마옷도 잘고르지..맛있는 밥 사주께^^

-아 진짜..이럴땐 형제 많은집이 부러워..엄만 왜 하나만 낳아서 맨날 나만 귀찮게 해..

  딸내미 하루도 쉬는꼴을 못봐 암튼..

어자피 모시구 갈껄..나도 참 속좁다..ㅋ

60대 후반 할마씨 세분 모시고 백화점으로 고고씽..

일층 잡화매장부터 육층 식당가까지 헤메고 다닌시간이 장장 네시간..

어쩜 노친네들이 나보다 정정하고 쌩쌩한쥐..ㅠ.ㅠ

고어텍스 겨울용 아웃도어 선택에서부터 난관..

좋아하시는 색들이 하나같이 다 분홍색..
똑같은 옷은 싫다하면서도 세분 모두 분홍색에 꼿혀 양보가 없다.

결국 이리꼬시고 저리 꼬셔 각자 어울리는 색으로 골라드리고 정찰제라는데도 궂이 깍아달라는 협박성 애교(?)에

있는 카드 죄다 꺼내 할인받고 포인트 차감하고 양말도 하나씩 얹어드리고..

다음은 구두코너..

신데렐라도 아님서 이 구두 저구두 한번씩은 죄다 꾀차보시고 던져놓으시니

점원 눈치보며 슬쩍슬쩍 정리 정돈까지 ㅠ.ㅠ

그 다음은 가방코너..

싸이즈브터 색상까지 당신 맘에 따악~맞는게 어디 있냐고요..만들어 드릴까?

마지막 썬글라스 코너..

완전 안습..맘에 드는건 생각보다 고가..

점원아가씨와 이리저리 달래가며 겨우 초이스..가격도 적당 디자인도 굿~

엄마랑 같이 가도 티격태격 고생인데 할마씨들  세분이라니..나 오늘 도통해 하산할뻔했다..

식당가에서 늦은 점심을 사드리니 모두 소녀처럼 하하호호 즐거워하신다.

아까의 다툼은 다 날리시고 서로 당신것이 젤 이쁘다고 흡족해 하시니 참..알다가도 모를 여자마음..

아놔~울엄마 친구들 진짜 다 이상해 ㅠ.ㅠ

모두 댁에 모셔다 드리고 마지막으로 엄마 집에 들어서니

- 딸..힘들었지?

  그래도 모처럼 엄만 으쓱했어..울딸덕에..골라준것도 다 맘에 들어

  하루 푹쉬게 나둘까도  했는데 엄마랑 함께 할 시간이 많은건 아니자나..

  기운 떨어지면 못다니니까..그러니 넘 툴툴대지마러~^^

- 헐~ 내가 언제 툴툴댔다구..종일 봉사했구만 사람잡네..

작은 부탁도 눈치보고 몇번을 망설이다 꺼내시는걸 미처 헤아리지 못했다..

늘 받는게 익숙한 자식은 작은 맘 씀에도 인색하고 생색내기 일쑤다..

자식은 언제나 부모의 애물단지라는데

오늘 겨우 반나절의 시간으로  조금은 내 마음의 빚이 감해졌길 감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