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엄마가 놀란 목소리로 전활 주셨다..
- 딸~ 왠 택배가 왔는데 보낸사람이 아범이다? 너 아는거 있니?
- ?? 몰라 들은말 없는데..뭔데?
- 오디오 셋트라는데..뭐냐~
서방에게 전화를 하니..
- 어~ 내가 뭐좀 준비했는데 장모님 생신까지 기다리기 뭐해서 걍 보냈어..
- 엄마 생신 선물이면 미리 말좀 하지 새삼스레 자기맘대로 하냐~
또 쓸데없는거에 돈 쓴거아냐~?
- 아냐~장모님 음악 좋아하시는데 낡은 오디오가 늘 걸렸었어..그래서..
- ...
사업하는 집 형제많은 집 맏며느리 자리가 얼마나 피곤한지 그때 알았다면 그래도 결혼 했을까?
엄마의 반대가 이해되지 않았던 세상물정 모르던 나이였고 결국은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그렇게 결혼을 했었다.
엄마의 염려대로 그릇 작은 내가 남의 집 큰그릇 노릇하는건 쉬운일이 아니었고
늘 그때마다 엄만 쌀밥 고르다 조밥 골랐다고 혀를 차며 다 니 업보라고 구박을 하시면서도
하나밖에 없는 딸이란 이유로 든든한 지원자이자 멘토가 되 주셨었다..
늘 엄마에게 받는데 익숙한 난 사실 엄마 생신 선물로 큰돈을 써본적이 별로 없었다.
물론 엄마가 질색하시고 사양하는게 어느새 익숙해진 것도 변명 아닌 변명이 되었고
엄마는 늘 여유 있으시니까 나보다 부자니까..얄팍한 이기심도 한몫했다.
몇년전 새 아파트로 옮겨 가시며 오디오 셋트 한번 알아봐 달란 말씀을 아직 쓸만한데 뭘~귓등으로 흘렸었다..
딸 자식이 다 나 같으면 무자식이 상팔자란 옛말이 헛소리가 아니다..
일찍 아버지를 여의는 바람에 중학교밖에 못 나오셨지만
보니엠,아바,사이먼 앤 가펑클,바바라 스트라이전드 등 올드팝을 좋아하고
해바라기,이문세,이승철,수와진,송창식 등등의 7080 가수들을 좋아하는 올해 68세의 울엄마..
요즘 울엄마 벨소린 아바의 댄씽퀸이다^^
지나가는 말로 엄마생신 걱정을 했었는데 늘 장모님에게 빚진 기분으로 산다던 서방..
말없이 오디오 선물을 준비할 줄은 몰랐다..
지옥같은 마감이 끝나 일찍 온 서방 앞세우고 오디오 설치를 하는데
울엄마 얼굴까지 붉으레~상기되어 조금은 복잡한 기능들을 익히시느라 완전 고 3 포스^^
되도록 쉽게 열씨미 설명하는 울서방 스타강사가 따로 없다.ㅋ
준비해간 해바라기랑 아바 씨디 틀어드렸더니 완전 감동..어린애처럼 좋아라 하신다..
낼 당장 친구들 불러다 뽀대나게 음악 들려주며 자랑하게 듣고 싶은 노래랑 가수들 목록 만들어 줄테니
빨리 준비해달라고 꽃처럼 활짝 웃던 엄마가 갑자기 너무 비싼거 아니냐며 얼굴이 굳어지신다.
당신이 베풀어 주신거에 비하면 백만분의 일도 못해 드렸는데 그새 넉넉치 못한 자식 주머니 걱정이 앞서는 엄마..
난 얼마나 이기적인 애물단지 딸이었는지..가슴 한켠이 먹먹해졌다.
돌아오는 길에 서방 호주머니 속에 살짝 손을 넣어 손깍지를 꼈다.
담배피는 옆 얼굴이 웃는다..따뜻하다.
생각도 못한 서방의 깜짝쇼에 고맙단 말도 못하고 저거 정품 맞아? 말도 안되는 퉁박만 줬는데
사실은 내 속 마음이 손깍지를 통해 그대로 전해지길 바랬다.
"당신은 엄마에게 물건만 선물한게 아냐..
다 털어 열명밖에 안되는 친정식구들의 든든한 울타리로
남은 시간 역시 한결같은 모습으로 있어줄꺼란 믿음까지 덤으로 드린거야..
고마워 서방..그리고 사랑해"
간지나는 박스ㅋ
설치중인 울서방 (민망포즈-.,-')
플레이어 실행중
고3포스로 열공중인 울 오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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