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의 흔적/내 마음속 기억

자매들의 전쟁후기^^

찌에르 2011. 2. 14. 22:27

 

평화로운 일요일..

큰아이는 한일청소년미래회의라는 단체 활동으로 아침 일찍부터 외출하고

작은아이 까만콩은 감기 기운으로 늦잠 삼매경..

몇해전 2월에 세상을 떠난 보고픈 사람이 있어 서방과 함께 길을 나섰다.

서방 선배로 만났지만 여러면에서 코드가 잘맞아 우린 금새 친해졌고

당시 운영하던 디자인 사무실 기술고문으로 함께 일하며 물심양면으로 우리부부를 도와주었다.

알러지 때문에 입에도 못대던 술도 소주 2잔까지 마실수 있게 술 선생도 되주었고

책 선택의 취향도 비슷해 많은 양서를 주고 받기도하고 서방과 싸운날엔 무조건 내편이 되주기도 했고

두 딸에겐 큰아빠라 불리길 원하며 우리 훼밀리에게 무한애정을 주었었다..

늘 반짝반짝 빛나던 사람이었는데 형제와도 의절하고 홀로 생활하다 지병인 당료로 인한 심장마비로 돌연사..

이틀째 연락이 닿지않는다며 걱정하던 서방이 찾아갔을땐 이미..

전화로 선배의 죽음을 전하며 목놓아 울던 서방이 생각이 나 나도 모르게 울컥해졌다..

평소 좋아하던 소주와 담배를 올려놓고 보고싶은 마음을 전했다..

타인끼리 만나 애정을 주고 받으며 이루어낸 관계라면 가족과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 사람..

가끔은 대책없이 보고싶어 가슴이 먹먹해지는 경험도 한다...

아쉬운 발길을 돌려 아픈 까만콩과 저녁을 먹으러 나가는데 문제가 발생..

이른 아침 외출하는 큰애가 까만콩의 옷과 신발을 말없이 입고 튄것이었다..

자매이다 보니 옷을 공유하기도 하고 서로 맘에 드는걸 빌려입기도 하는데 오늘의 문제는 작은아이가 개시도 안한 새옷이었다는..

평상시 양보심 많고 이해심 많기로 소문난 까만콩..

이번만큼은 얼마나 화가 났는지 곁에서 보기에도 불안불안..

우선은 작은아이를 달래고 맛있는 저녁을 먹이며 큰아이 같이 흉보기로 일단 급한불은 끄고..큰아이에게 문자를 날렸다..

- 까만콩 진짜 화 많이 났으니 대책을 세우기 바람..바로 날아온 답장..

- 맛있는거 사갈테니 그동안 지원사격 바람 ㅠ.ㅠ

헐~ 자매간의 싸움에 죄없는 우리만 돈쓰고 안절부절..

뒤늦게 호랑이 어금니 같은 돈으로 동생 좋아하는 미니케잌 상납하고 면제부를 얻은 큰애..

다시는 허락없이 입고 튀는 일 있으면 무조건 새옷 하나 사준다는 각서에 싸인..극적인 평화를 찾았다..

자매들끼리 성장하며 이런일은 한두번씩 있더라는 이야긴 들어봤지만 여자 형제 없이 자란 나는 말로만 듣던 자매간의

소소한 다툼이 무척이나 잼있고 이쁘기만 하다..

별일 아닌것 같은데도 며칠씩 서로 삐쳐 말도 않고 쌩~하다가도 밤새 이불속에서 낄낄 거리며 속닥속닥 수다 삼매경..

어느새 나에겐 시시콜콜 늘어놓던 수다도 줄고 지들끼리만 공유하는 비밀은 많아지고..

시간이 흘러 우리가 없을때 지금처럼만 서로 의지하고 살았으면 하는 바램이 자연스레 생긴다..

이별은 사랑만큼이나 자연스럽게 우리를 찾는다..

이별의 순간을 알수없기에 아쉬운게 많을수도 있지만 그래서 함께 하는 시간이 더없이 소중하고 축복인 이유다..

누군가를 추억했을때 그리움이 많은건 그만큼 사랑이 깊었던거라 말할수 있을테니..

뒤늦은 후회와 가슴앓이 대신 따뜻한 온기를 심장에 담을수 있게 우리..지금 맘껏 사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