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부터 연말까지 부모님의 크고작은 건강문제로
우리집은 난생 처음 위기를 맞았었죠..
아빠의 2차 수술뒤 이번엔 엄마가 대상포진 확진을 받으셔서 보름정도 고생중이시고..
집안에 우환이 있으면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고 큰댁에서 오지말라고 하셔서 이번 설은 행사없이 패슈~
얼떨결에 생긴 보너스 같은 시간..
친정이 멀어 일년에 한두번밖엔 가지 못하는 올케..
아픈 시부모 걸려 망설이는 올케를 무조건 친정으로 보냈어요..
명절 아침상을 아픈 두분이서 드실 생각하니 맘이 쓰였지만 저 역시 시댁 차례와 저녁 손님까지 치뤄야 하니별수없이 하루를 보내고 전화를 드렸어요..
엄마..오늘 나랑 가까운데로 바람이나 쐬러 나갈까?..컨디션은 좀 어때?
괜차나..너도 손님 치루느라 피곤할텐데 뭘~신경쓰지마..
아니..나도 바람쐬고 싶어서...나간김에 맛있는 밥도 먹구..가자~어디갈까?
그럼..나 할머니 산소에 좀 데려다 줄래?
...
미처 챙기지 못한 미안함에 서둘러 나섰어요..
4년전에 돌아가신 외할머니..
경기도 광주..제 어릴적 기억속 외갓집은 늘 평화로운 봄날..
실향민인 아빠덕에 제게 유일한 할머니는 외할머니 한분..
바느질 솜씨가 뛰어나셨고 촌할머니 답지 않게 밤이면 책을 한권씩 읽고 주무시던 깨인 할머니셨어요..
사십에 혼자 되셔서 다섯남매를 키우시느라 고생을 하셨지만 말년엔 큰딸인 엄마곁에 계셨죠..
첫 손주라고 제게 사랑을 넘치게 주셨던분..
조물딱 거리는 손재주는 아마도 외할머니께 물려받은듯 해요..
아직 채 녹지않은 눈을 머리에 이고 있는 겨울산과 벗은 나무 사이로 봄날 같은 안개가 내려 앉고
지난해 쌓인 갈색 낙엽을 밝고 산을 오르니 마치 소풍온듯 마음이 가벼워지더군요..
몇해전 조성해 놓은 선산 가족묘에 할머니를 모셨는데 엄마는 절을 올리자 마자 어깨를 들썩이며 우십니다..
장모님 생전에 좋아하셨던 장미꽃 한다발과 사이다를 준비해간 늙은 사위도 칠십의 딸도
그리운 부모앞에선 어쩔수없는 아이가 되나봅니다..
자연스레 할머니와의 추억을 공유하고 근처 유명한 소머리국밥 한그릇으로 엄마를 달랬어요..
돌아오는 길에 분당사는 막내이모집에 들려 저녁 먹고 백화점까지 들려오니 하루가 떙!
졸지에 김기사 되버린 서방에겐 미안했지만 조금이라도 엄마맘이 위로가 됐다면 더 바랄게없죠..
사는게 바쁘다고 미처 챙기지 못한게 너무 죄송했어요..
결국은 나도 힘들고 외로우면 곁에없는 엄마를 부를텐데..
일년에 한두번이라도 엄마 모시고 할머니 뵈러가야겠다 맘 먹었어요..
밤 늦게 올라온 동생네와 엄마네서 저녁모임을 갖기로 해서 오후엔 엄마네로 갑니다..
연이틀 쉬지도 못하고 또 저녁준비를 하려니 꾀도 나지만 맛있게 먹어줄 가족이 있다는게 복이겠죠..
돌아가시고 나면 못해드린거 아쉬운거만 생각난다고 해요..
저 역시 시부모님에 대한 마음이 그렇구요..
곁에 있을때 잘하란 말..너무나 당연한 말이데도 잊고살죠..
잘해드리는것..기준이야 상황마다 다르겠지만 소소한 마음이라도 표현하고 살아야겠다 싶어요..
곁에 살지만 사실은 너무 가까워서 놓치고 사는게 많을수도 있겠다..란 생각이 들었어요..
맘껏 소리도내지 못하고 어깨를 들썩이며 보고싶다 우는 엄마의 뒷모습에서
시간의 흐름엔 어쩔수없이 엄마와 같아질 내 모습도 보였어요..
새삼 엄마가 진짜 할머니로 보여 마음이 아픈날이었어요..
'소소한 일상의 흔적 > 내 마음속 기억'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매들의 전쟁후기^^ (0) | 2011.02.14 |
---|---|
[스크랩] 뒤늦은 생일 밥상 (0) | 2011.02.13 |
[스크랩] 내 좋은 이들과의 밥한끼.. (0) | 2011.02.05 |
눈 내린 오후 풍경 (0) | 2011.01.22 |
잊지못할 생일선물 (0) | 2011.0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