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의 흔적/내 마음속 기억

일탈 - 부산국제영화제 관람후기 1

찌에르 2011. 10. 14. 00:08

 

 

 

 

 

 

늘 반복되는 일상속에 갇혀 있다보면 한줄기 바람에도 일탈을 꿈꾸게 된다.

그러나 일탈은 바램일뿐 결국은 소소한 일상이 쌓여 내 삶이 되는것..

한동안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소소한 일상에 바람이 불었다..

전혀 생각도 못한 일탈의 기회가 생긴것..

우연찮게 벌어진 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가게되었다..

내 티켓이 확정되고 더불어 운좋게 여분의 티켓까지 확보된 상황이라 급 마음이 동했다..

여행삼아 다녀오라는 남푠의 배려와 아이들의 응원..

몇년만의 부산여행인지..사실 영화제보단 기차를 타고 어딘가로 간다는것 자체에 매료되었다..

그것도 혼자 오롯이..

여분의 티켓은 마음에 걸리는 사람이 많았지만 응원차 내려가야함에도 불구하고 티켓이 없어 곤란해하는 운영진들 소식에

기꺼이 우선순위로 양도하고 생각보다 많지않은 인력에 뭐라도 도움이 될까 싶은 마음으로 떠났다..

이른 아침 서울역..

궂이 배웅 해준다는 남푠과 갓 내린 커피와 스콘 하나로 아침을 먹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이른 시간 기차역에서 남푠과 마주한 기억이 없다..새로운 기분이 든다..

남푠없이 낯선이들과 오롯이 떠나는 여행..

이른 아침의 기차역엔 생각 이상의 많은 사람들이 분주한 일상을 꾸리느라 바쁘다..

잘다녀오란 인사에 한번 안아주지? 농을 걸었더니 오십이나 먹은 이남자 얼굴이 붉어지며 화들짝 놀란다..

여기서??

아무렴은 진담일까..당신은 더 나이를 먹어도 아마 사람 많은곳에선 손도 못잡아줄 사람이지..바부팅이..

머리위로 손을 흔들며 인파속으로 사라지는 남편..

전에 없던 일이라 잠깐의 이별도 낯설다..순간 벌써 외롭다..

서울서 떠나는 지인과 만나 기차를 타고 천안에서 다시 일행들을 만나고..

나이,사는곳도 다른 우리들이 이른시각 부산행 기차에 나란히 앉아 수다를 떨고있는 이 상황이 과연 가능한 일이었을까?

어떤 카테고리도 없는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단지 좋아하는 사람이 같다는 이유로 만나지고 마음을 나눌수있다는게

요즘의 세상에서 자연스런 일 일까?

뭐라 설명하기 복잡해진다..

모두의 얼굴에 화색이 가득하다..밝아오는 아침햇살만큼이나..

세시간 여만에 도착한 부산역..

이십여년전의 내 기억속 그곳과는 사뭇 다른..낯선곳이다..

그럼에도 이유모를 설레임과 달짝지근한 들뜸은 무언지..

때늦은 끼니를 챙기고 하룻밤 묵을 숙소로 이동 짐을 풀고 오늘의 행사장인 영화의 전당으로 이동..

오후7시 행사임에도 어느새 수많은 인파가 자리를 잡고있었다..

대부분의 앞자린 일본팬분들..대단한 팬심이랄밖에..

결국은 긴시간 기다림의 연속..응원할 인원수가 부족하여 사진을 많이 찍을수있는 야외시사회장에 카메라를 든 회원 둘을 보내고

나머지 회원들은 레드카펫 행사장에서 거리 응원을 하기로 결정..

그러나 이미 기자단과 수많은 구경꾼들로 점령된 레드카펫 주변은 이미 발 하나 들이 밀기에도 불가항력..

결국은 차량이 들어오는 도로에서 플카를 들고 응원하기로 결정 자리를 잡았다.

의경들과 마주보는 민망한 상황..시간이 흐르니 나름 친해져 사탕도 나눠먹고 소닉이야기도 하고..어느덧 어둠은 몰려오고..

코앞에서 벌어지는 별들의 레드카펫입장은 그림의 떡..

귀청이 찢어질듯한 관중들의  환호를 뒤로 꿋꿋히 질서 지키며 품위있게 응원라인 유지하길 장장 5시간..

드뎌 소닉의 차량등장..미리 운영진과 매니저의 동선확인에도 불구하고 의욕 넘치는 경호원들과 차량순서의 차질로

약속과는 달리 소닉의 차량은 바람처럼 유유히 우리앞을 스쳐지나고..응원플카나 봤을까..허탈해진 우리들..

서둘러 중극장으로 날아가다시피 뛰어가 자리잡으니  그많은 배우들 앞에서 당당히 빛나는 소닉 대형스크린에 등장하고..

여러곳의 무대인사를 끝내고 마지막인 중극장에 등장..무대인사를 한다..

원래 말을 저리 잘했나 싶게 청산유수 술술~말도 잘하고..미리 정해진 자리가 있었음에도 팬들에 대한 배려였는지

성큼성큼 팬들이 모인 곳으로 자리를 잡았다..

순간의 선택으로 희비가 엇갈린 팬들의 아우성..졸지에 소닉과 효주양 감독님 앞줄에서 영화를 보았다..

영화는..

디지탈시대에 반하는 아날로그식 사랑..

정통멜로물의 전형을 그대로 딴 스토리와 전개방식..

가슴에 들어오는 음악도 너무 잘 어울렸고 뭐랄까..간결하고 담백하다..

억지로 눈물을 강요하지도 않고 뻔한 스토리임에도 전혀 유치하지 않았다.

머리위에 수도꼭지를 달고 산다는 내눈에서 예상과는 달리 눈물이 줄줄 새지 않은건 어찌보면 통속적인 멜로영화임에도

식상하지 않다는 반증일수도..

다만 영화속 철민의 정화에 대한 사랑과 헌신은 충분히 공감할 이유가 있지만 정화의 철민에 대한 사랑은 계기가 분명치 않음이 아쉬웠고

다소 지나친 간결함이 몇편의 옴니버스 영화를 붙여놓은듯 매끄럽지 못한 느낌도 주었다.

그리고 영화는..

소닉의 소닉에 의한 소닉을 위한 영화라고 말할수밖에 없을 정도로 온통 소닉만 보인다..

항간의 평처럼 소닉의 연기력에 대해선 그누구도 감히 태클을 걸 사람이 있을까..싶게

서른이 넘은 그는 유연하고 강하고 그리고 빛났다.

그러나 그의 눈빛에서 그간의 분신들이 비어져 나오는건 어쩔수없다 해야하나..

순산순간 인욱이도 무혁이도 초인이도 장우도..오롯이 철민이어야함에 모두의 모습이 오버랩 되는건 내 착각이었을까..

영화의 리뷰는 다소 시간이 걸릴것 같다..

생각보다 짧은 러닝타임에 대해서도 개봉일까진 약간의 살이 더 붙지않을까..기대를 해본다..

영화가 끝난후 잠시 텀을 두고 돌아보니 그는 자신의 발아래를 보고 있었다..

효주양은 자신의 영화에서 눈물을 보였는데 그는 무슨생각을 했을까..

뒤돌아 손을 흔들고 인파속으로 사라지는 소닉을 향해 마음속 말을 건냈다..

수고했어요..

이렇게 또 하나의 분신을 떠나보내겠군요..

아픈가요..아님..조금은 가벼워졌나요?

늘 응원합니다..우리의 배우인 당신을..

한낮의 더위와는 달리 서늘한 밤바람..

부산회원들과 짧은 조우..작년 생파 이후 처음 다시 만났음에도 어제 만난 이웃처럼 스스럼없는 반가움..

내일의 모임을 기약하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 숙소로 돌아왔다..

새벽부터의 행군에 모두 파김치..그럼에도 끼니를 챙겨주고 잠자리를 봐주고..

잠깐이었지만 소닉을 만난 흥분에 밤이 깊도록 수다는 계속되어지고..이 또한 낯설지만 행복한 경험이다..

낯선이들과 낯선곳에서의 하룻밤이 이토록 생생한 기쁨과 즐거움을 줄수있다니..

소닉으로 인한 이 좋은 인연이 오래도록 지속되어지길 기대해본다..

어느새 폭풍같던 하루가 이렇게 지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