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의 흔적/내 마음속 기억

오래된 기억하나..칠면조와의 혈투

찌에르 2011. 4. 12. 23:30

아래의 싸부님 글을 읽다 갑자기 뒷골이 으스스~한 기억이..

국민학교(제 시절의 명칭^^) 오학년때의 일입니다..
저희 학교엔 운동장 한편에 미니 동물원이 있었어요..
쇠망으로 지은 건물을 모두 다섯동으로 나눠 각각의 동물을 가둬 키웠는데
일렬로 쭈욱~출입구가 연결되어 있었어요..
쉽게 말해 마지막칸 동물우리로 들어가려면 첫번째칸 자물쇠를 열고 들어가 동물들을 피해
두번째칸 고리를 열고 다음칸으로..이런식었죠..
오학년 반장들이 제비 뽑기로 일년동안 돌볼 동물들을 정했는데
첫번칸엔 토끼부부..두번째칸은 외모가 몹시도 보기 괴로웠전 칠면조부부..
세번째칸은 꿩부부..네번째칸은 부엉이로 잘못 알고 있었던 올빼미..
다섯째칸엔 검고 붉은꼬리가 인상적이던 국적불명의 각종 닭들..
무튼 저희반은 다행이도 순하다는 꿩가족을 돌보게 되었는데
반 아이들이 다섯명씩 조를 짜서 돌아가며 우리 청소며 먹이주기 물주기등을 분담했었죠..
마침 방학중에 제가 속해 있는 조의 차례가 되어 연락망을 통해 아이들을 불렀는데
요리조리 핑계대고 다들 빠지는 통에 딸랑 두명이서 학교로 갔죠..
평화로웠죠,..방학중인 학교운동장은 그야말로 개미 한마리도 안보였다는..
조금후에 있을 내 일생일대 최악의 사건은 전혀~모른채 먹이와 청소도구를 챙겨들고
친구랑 첫번째 토끼씨네를 지나 두번째 칠면조씨네로 들어갔는데..
사실 칠면조는 보기 흉한 주름과 시시각각 변하는 피부색과 쏘아보는듯한 샛노란 눈동자
도저히 이뻐할래야 이뻐할수없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당신이었죠..
같이 간 친구는 새삼스레 무섭다며 호들갑을 떨며 가져간 청소도구를 이리저리 휘둘렸어요..
혹시라도 칠면조가 놀라 퍼득거릴까봐 친구 앞서 세번째 문으로 가는순간..
갑자기 숫놈 칠면조가 저를 똑바로 노려보며 공룡발톱 처럼 굽은 발톱으로
제 다리를 공격하는거였어요..
울긋불긋한 목주름을 잔뜩 부풀리고 그 샛노란 눈동자로 저를 똑바로 쳐다보며
날개를 퍼득퍼득..발톱으로 긁어대는 제다리는 피가 나게 파이고 날개짓에 바닥에 있던
모래며 먼지들이 눈으로 들어가 눈도 못뜨는 상황에서 친구는 저를 방패삼아 뒤에 숨어
소리소리 지르며 울고..
비명소리에 놀라 뛰어오신 수위아저씨덕에 무사히 우리를 빠져나왔는데 세상에..
왼쪽발목과 다리에 움푹패인 상처가 생겨 피가 나는거예요..
손목에도 상처가 있고..정신이 다 나간 생태에서 병원으로 가 치료를 받고 왔는데 아직도 흉터가 남아 있네요..
나중에 들은 소리로는 칠면조가 교미시기여서 무척 예민해진 상태였는데 친구의 행동이
숫놈을 자극해서 공격을 받은것 같다는..ㅠ.ㅠ
개학후 어찌 소문이 돌았는지..한동안 놀림을 받았더랍니다..
제 친구는 제덕에 상처하나 없이 나왔는데 전 칠면조에게 잡아먹힐뻔한 띨~한 아이로
둔갑이 되었더군요..-.,-'
그뒤론 칠면조 뿐만 아니라 새종류는 다 싫어라 합니다..
특히나 그 노오란 눈을 마주 볼때면 진짜 소름이 쫘아~악 하고 돋아요..
아흑~싫어싫어..
가끔 그때의 칠면조는 어찌 되었을까..궁금하기도 합니다..
번식을 잘하여 일가를 이루었을까..아님 어느분 식탁에 올랐을까..
그때 잡아먹어 복수를 할껄..아쉽기도 합니다만..ㅋㅋ
에고고..참말로 강산 여러번 변할 정도로 오래된 기억중 하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