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의 흔적/내 마음속 기억

가슴속 간지르는 꽃씨 하나..

찌에르 2011. 4. 3. 00:25

 

 

4월..

분명 한창 부풀은 봄이어야 할 시기..

올해의 봄은 유난히 더디오며 애간장을 태운다..

한식을 앞두고 찾은 시어른들의 안식처

두분 생전에도 금슬이 좋으시더니 합묘로 부부애를 과시하신다..

두분은 무슨 말씀들을 나누고 계실까..

두분 계신곳은 전망이 좋아 늘 소풍가는 기분이다.

더디 오는 봄이라 해도 봄은 봄인가

벗은 나무도 겨울과는 달리 연회색 봄물이 들었다.

희미한 연두빛 새싹들이 몸을 숨긴 한켠에

용감한 철쭉 꽃순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조만간 온 산이 붉은 철쭉과 가지가지의 꽃들로 물들어 가겠지..

 

작년 이맘때 심어 놓고간 몇개의 팬시 모종..

한해살이로 알고 있었는데 기특하게도 꽃을 피웠다..

누가 돌봐준것도 아닌데..

자연에 기대어사는 생명은 이렇듯 여린 꽃하나도 대견하다..

얼마나 고맙고 이쁜지..생수병을 다 털어 흠뻑 물을 주었다.

 

 

주변에 심어놓은 소철나무..

시간이 입혀지니 제법 울창하다..

자세히 보니 솔잎사이사이 눈꼽만한 새싹이 돋아 있다..

올 추석 성묘때는 제법 그늘을 만들어 줄것 같다.

곁에 계실때 잘해드리란 말이 미안함으로 남을줄 몰랐다.

지금 해드릴수 있는건 고작 한잔의 술과 꽃 몇송이뿐..

두분은 아무말도 없으시지만

가끔은 눈시울이 뜨끈하게 그리워 하는걸 아실까..

부모 노릇도 연습이 있었으면 좋겠다..

자식이 커갈수록 그분들이 더 보고싶어진다..

 

이북출신이라선지 유난히 냉면을 좋아하시던 시어른 입맛이

서방에게 고스란히 물려졌나보다.

시내의 유명한 냉면집은 다 가봤을 정도의 냉면 메니아인 서방

요즘은 다양한 냉면들이 많은데도 유독 촌스런(?) 전통 냉면을 고집한다..

덕분에 입맛 참~독특하단 소릴 듣지만..^^

돌아오는 길에 들린 냉면 전문점 을밀대

보통의 평양 냉면보다 조금 굵은 면발에 다소 밍밍~한 육수

편육 한점과 계란 반쪽이 전부인 참 소박한 음식..

모든 재료는 국내산만 쓴다는 안내문이 걸려있다.

뜨거운 육수를 먼저 한잔 해야 제대로 냉면맛을 느낀다는..

평일 점심때도 인근 주차장이 넘쳐고

길~게 늘어선 줄은 아무것도 아닌 풍경이 되었다는 냉면집 을밀대

다행이 냉면을 좋아하는 입맛이라 먹긴했는데

솔직히 개인적인 평가로는 고개가 갸우뚱~

세번은 먹어봐야 그맛을 잊지 못한다는데 한그릇에 9,000원이나 하는 가격도

다소 부담이고 손바닥만한 부침개 한장이 8,000 이라니..

40년 전통의 유명세가 거품은 아닐텐데..

울 서방 만큼이나 독특한 입맛의 소유자가 생각보다 많은가보다..

 

 100% 국산 한우만 사용했다는 육수..

약간 짭쪼롬한 맛이 은근 중독성이 있나 두잔이나 마셨다.

기본 반찬..

생김치는 간이 맞았는데 무김치는 맹송맹송..무맛밖에 없었다..ㅋ

 손바닥만한 녹두 부침개..

어린 연변 처자가 부쳐주었는데 기름이 넘치게 많아 금새 질렸다..

 기본에 충실한 평양냉면

연겨자 풀고 식초 조금 가미해 먹는데 식초는 생략하는게 더 나을뻔..

정말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추천^^

 편육은 고기의 누린내가 없이 깔끔했슴..

을밀대 전경..

40년 한자리를 지킨 고집이 곳곳에 보이는듯 허름한 건물..

 

점심때 지나 나선 길이 어느새 어두워졌다..

주말이라선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수 많은 차량의 빨간 후미등이

마치 크리스마스 꼬마등처럼 따뜻하게 느껴진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 봄을 기다리는게 아님에도

봄을 기다린는건

어쩌면 나도 미처 알지 못했던 가슴속 꽃씨가 꿈틀대기 때문이 아닐까..

나의 게으름과 안일함으로 피어볼 기회조차 없었던 수많은 꽃씨들..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메세지를 보내는건 아닌지..

가끔은 이유모를 간질거림이

오늘, 유난히 가슴속을 헤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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