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섭이란 배우가 눈에 들어온건 사실 세상을 들썩거렸던 드라마 보다 한장의 CF 스틸컷이었다.. 평소 관심있는 제품의 메인 모델이었던 그는 세상의 경계가 모호한 눈부신 원시의 설원에서,
태풍이 몰아치는 어스름한 저녁 해변가에서 완벽한 피사체 그 이상으로 존재감을 드리우고 있었다.. 어떤 가치관과 감성을 가지면 서른도 안된 청년얼굴에서 저리도 서늘한 하지만 온기가 뭍어나는
깊은 눈빛이 나올수 있는지 새삼 호기심이 생겨 그의 흔적을 찾아보게 되었고 결국 사랑하게 되었다.. 배우란.. 어찌보면 자신을 감출수록 포장하고 위장할수록 상대적 가치가 상승하는 별난 집단이다.. 대중들은 배우가 보여주는 환타지에 자신의 기대치까지 보태 더 많은 환타지를 만들어내고 환호한다.. 어느새 대중은 스스로 만들어낸 환상을 사실화 하기까지 해 절대 일반인과는 달라야 하는 불문율속에
그들을 가둬버린다.. 24시간 관찰되어지고 잠자는순간 만큼도 화보이길 원하는 대중들의 욕심엔 이땅의 배우로 산다는건
" 사방이 유리로 되어있는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것 같은 기분이라는" 그들의 하소연도 스타이기에 할수있는 멋진 멘트일 뿐 공감 되어지지 못한다.. 정작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일상을 사는 "사람"이란 사실은 누구도 인식하지 않은체, 그들이 하는 일은 무조건 특별하고 대단 해야 하는 스타이기에 오히려 그들은 굴레를 벗으면
살아갈수 없는 존재가 되어진다.. 무엇을 원하고 무엇때문에 사는지 에 대한 인간 원초적인 물음도 거부 당한채
오늘도 그들은 가면을 쓰고 위장을 한다.. 평소 사진 찍기를 좋아했다는 배우 소지섭은 자신과 너무나 잘 어울리게 포토에세이란 책으로
대중에게 인사를 건냈다. 스타들이 책을 낸단 사실 또한 낯선일은 아니다. 나름 전문성을 띈 책도 간간이 있고 이제 배우가 책을 한두권 내는게 유행이 된 지금
누구누구가 책을 냈다더라 라는 소리가 새삼스러울것도 없는 서점가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아닌 폭풍이 불었다.. 대중에게 알려진 그의 이미지란, 과묵하다 싶게 말이없고, 낯가림이 심하고, 자신을 드러내길 싫어하는 일반적인 스타의 이미지를 한참 벗어나 한편으론 도도하고 시크한..
그럼에도 연기도 아닌 노래도 아닌 책?? 작가 싸인회가 팬미팅 수준을 능가할 정도로 그의 인기는 새삼 대단했고
시간이 좀 지난 지금 여기저기 그의 책 리뷰가 흘러다닌다.. 그의 첫번째 소통의 도구인 "길"은 모두 여덟장의 각기 다른 에피소드로 엮어져 있다.. 대중의 눈을 떠나 오롯이 자신과 마주한 그의 여정을 따라가보자..
첫장..휴식과 여행편
알려진 사실대로 그는 그리 넉넉하지 않은 가정에서 학창시절은 온통 운동뿐이었던 평범한 소년이었고 알바로 시작한 모델일이 생업이 되어 한창 아름다웠을 이십대를 가장아닌 가장으로 일만하고 살았다. 한 작품이 끝날때마다 자신에게 휴가를 주듯 여행을 한다는 그는 낯선이들과의 만남에 설레며
길을 떠난다. 오롯이 혼자 떠나는 여행조차도 허락되지 않은 배우로 산다는게 어떤 느낌일지 감도 오지 않지만 그 역시 새로운 경험에 설레고 흥분하긴 마찬가지인가보다.. 꾸미지 않은 얼굴로 편한 옷을 입고 새벽 바닷가 삶의 언저리에 서서 그들의 삶을 담고 있는
사진속의 모습과 고기잡이 아저씨에게 그가 잡기 원하는것보다 더 많은 수확을 바라는
그의 착한 마음을 볼수있었던것 또한 값진 수확이다.. 서른 중반에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과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찾아 길을 떠나는 그의 여정이 행복하길..
두번째장..자유
"누가 언제 가장 자유롭냐고 묻길래 침대에 누워있을때라고 대답했다"(p66) 자유란 말은 저항이란 말과 묘하게 오버랩되어진다.. 진정한 자유란 모든 관계나 굴레에서 벗어나는 형식적인게 아니라
어찌보면 내가 가장 편안한 상태를 말하는건 아닐까? 대중들의 관심과 사랑으로 살아가는 배우야 말로 가장 현실적인 욕구로 자유를 갈망할것이다.. "서로가 듣기 원하지 않은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보내는건 슬픈 일이다.."(p52) 매일 여러가지 매체를 통해 일거수 일투족이 노출 되어진다해서 사람과 소통하는것은 아니다. 그 역시 일방적 관계가 아닌 서로 교감할수 있는 관계에 목말라 있진 않은지.. 외로움과 저항의 대표 코드인 타이거 JK와의 만남은 그래서 더 아름답다.. 여자들의 관계엔 수다와 수다가 있다면 남자들의 관계엔 ? 말없는 두사람이 만나 60년 세월 묵묵히 자리를 지킨 한결같은 공간에서 서툴고 느리지만
그들만의 방식으로 소통하는 모습이 그의 소망만큼이나 편하고 자유로워 보였다. 감성적 코드가 맞는 친구를 만난다는건 분명 서로에게 커다란 행운이다..
세번째장..꿈
"나에게는 소풍에 대한 기억이 없다.학교다니는 내내 운동을 했기 때문에
계절마다 선수들과 합숙훈련이 전부였다. 소풍가는 기분이 이런 것일까?"(p100) 아직 첫차도 도착하지 않은 이른 새벽녘.. 누군가를 만나러 특유의 걸음걸이로 성큼성큼 걸어가는 그의 모습이 바쁘다. 첫만남의 설레임때문일까? 아님 상대를 기다리게 하지않으려는 예의 배려심때문일까.. 잠을 설친듯 소복히 부운 눈두덩이가 그의 심성을 잘 말해준다. 새내기 스무살 어린친구와의 만남은 스타배우인 그도 설레게 하나보다.. 꿈.. 이루기 위해 온 생을 바쳐 노력하고 설사 이루지 못할 것이라 해도 가슴에 품고 있는 한
우리의 심장을 뛰게 할.. 어린나이에 벌써 확고한 자신의 꿈을 향해 준비하고 노력하는 당찬 새내기와의 만남에서 그는 배우가 아닌 인간 소지섭으로서의 자신을 꿈을 보여준다. "좋아한다는 호반새 처럼 화려하고 멋지게 살아.지금할수 있는 것 들을 놓치지 말고 다 즐기면서, 남자친구도 만들고 놀기도 많이 놀고 또 사고도 치면서..겉만 화려하고 속이 빈 게 아니라
그 안까지 꽉찬, 그런 사람으로"(p115) 마치 자신에겐 허락 되지 않았던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이 그리운듯 말하는 그가 왠지 짠하다.. 원했던 원하지 않았던 대중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그는 놓쳐버린 이십대의 감성을
잠시라도 추억하고 싶었던건 아닐까? 누구보다 자유롭게 날고 싶은 욕망을 잠시 뷰파인더 안에 갖힌 새를 통해 우회하듯 말한다. "새야, 마음껏 날아!"(p117)
네번째장..상처 그리고 치유
평상시 사진에 관심이 많다던 그답게 지금은 농사꾼이 더 어울리는 사진작가를 만나러 떠난 길.. 지금은 기차가 멈춰버린 작은 간이역 오지않을 기차를 기다리는 그의 눈이 깊다. 작가들에게 언제나 완벽한 피사체란 최고의 찬사를 듣는 그가 언젠가 한말.. "찍히는것 보다 찍는걸 더 좋아해요".. 타고난 심성이 정적인 그가 동적인 일을 한다는건 어찌보면 약간의 고문일수도 있었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드러내기 보단 안으로 삭히고 변명에 서툰 그가 험난한 연예계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생각과 반하는 상황에서 어쩔수 없이 입은 상처도 많았으리란걸 우린 짐작할수 있다. 보여지는 화려함보다 더 깊게 드리워진 외로움속에 그는 어떤 생각과 방법으로 자신을 보듬고 아파했을지..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이 선을 밟을까? 그냥 넘어갈까? 아님 다시 돌아갈까?"(p149) 우린 안다. 그가 자신의 선택에 있어 늘 신중하고 막힘이 없단걸..그는 중심을 아는 사람이다. 한마디 말을 위해 적어도 두세번은 가슴으로 생각하고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질줄아는
몇 안되는 신뢰할수 있는 남자란걸.. 과거의 시간속에 멈춘듯한 그곳에서 그는 무엇을 느꼈을까? 자신의 상채기를 혀로 핥는 야생동물처럼 스스로의 강한 치유력으로 결국 그는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하나씩 배워가는지도 모르겠다.
다섯번째 장..청춘,열정
지나온 삶의 한자락만 펼쳐도 대하소설 한권은 넘치게 할 이외수님, 세대를 넘어 다양한 사람들과 막힘없이 소통하는 영원한 청춘, 그러나 한켠 이 비루한 세상밖의 인물로 여겨지던,절대 범상치 않은 그분과의 만남이 뜻밖에도 이렇게 신선하고 명쾌할수 있다는게 실로 놀라웠다. 두 사람간의 연결고리가 무엇이었을까.. 마치 훈장님 앞에 앉은 어린 학동처럼 기다란 무릎을 접고 다소곳이 귀 기울이고 있는 그가
너무나 순수해 보여 웃음이 났다.. 마주한 차 한잔에서도 나이를 뛰어넘은 진솔함과 순수함이,
눈가에 주름이 잡힐만큼 무장해제된 그의 웃음이 보는내내 대책없이 가슴을 파고든다. 사람들의 관심 가운데 있을수록 외로움은 더 커져간다는 말에 모두 내 보여주는것 같지만, 사실은 자신을 외롭게 가두는 운명에 대해 뼈 아프게 공감했다란 고백이 가슴을 울린다. "마음에서 마음으로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흘러가기를.."(p186) 그래서 더 절실히 원했던건 아니었을까? 소통의 상대를.. 서른이 넘은 그가 좋다.. 베일듯 푸르고 서늘하기까지 했던 청춘의 시간을 돌아 서툴지만 사람을 이해하고 사랑을 알아가는, 그래서 조금 더 따뜻해진 깊은 눈을 가진 진짜 남자가 되어가는 그가 좋다. 그의 여정중 가장 언밸런스한 만남 같았던 이외수님과의 만남은 소통의 방법을 가장 심플하게 보여준
아름다운 만남이었다. "도전하는 삶은 늘 신선하다.무언가에 도전할때 더욱 소중한것이 무엇인지 찾을수 있다"(p176) 부디 그가 자신이 목숨걸고 도전할 과제를 향해 근성있게 간지나게 성장해 나갈수 있길 기대한다..
여섯번째장..기억,남기고 싶은 것
조금은 낯선 두 젊은 예술가와 그의 만남은 조금 생뚱맞다.. 연인 사이인 두사람을 기다리며 비오는날 잠시 첫사랑의 아련한 기억을 토해내는 그의 모습이 쓸쓸하다.. 가난한 예술가나 유명배우나 결국은 같은 운명이다. 원하지 않는것과의 타협도 늘 유쾌하지만은 않은 일도 여러가지 이유속에 참아내고 부딪혀야 하니까.. 처음에 가졌던 열정과 가치관,신념을 지키고 산다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혼자서는 힘들어도 서로에게 부족한걸 채워주며 하고싶은 일을 평생 함께할 동반자와의 삶은
분명 축복이다. 하고싶은 일과 해야할일 사이에서의 갈등과 허기.. 서른이 넘어선 그가 아름다운 그둘을 부러워하는걸 보니 한편 그의 허기가 내것인양 느껴진다..
일곱번째장..우리것,내것
자연주의 패션디자이너 최명욱님과의 만남 또한 약간의 생경함이 들었지만 비슷한 사람들은
서로 본능적으로 끌리나 보다. 보여지는 모습은 대한민국 최고의 간지남이지만 평상시 그의 옷차림은 의외의 편한함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꾸며지지 않은 모습까지도 마초의 매력이란 수식어가 붙어버리는게 현실이다보니 어쩌면 본인도 진정한 자신의 색을 모를수도 있겠다. 그런 그가 자연주의 디자이너에게 묻는다..옷을 잘 입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정도를 지키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어쩌면 그말은 단지 옷을 잘입는것에 국한된 답이 아니라 인생 전반에 걸친 답이 아닐까 싶다.. 우리의 색과 자신만의 고유한 패션공영어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최명욱님과 작품속 배역이 되어 느끼는 카타르시스와 자신도 미처 몰랐던 모습을 발견하며
진짜 배우로 살고 싶다는 그의 원초적인 욕망이 아름다운 이유는 아직도 원시림처럼 남겨져 있는
그들의 여백 때문이지 않을까?.. 아직도 끊나지 않은 그의 성장기를 함께 할수 있음이 다행이다.
여덟번째장..화해,사랑
개인적으로 흠모하는 분중의 한분인 박재동 화백과의 조우는 가슴이 떨리게 기대되었다. 그분 역시 말보단 글과 그림으로 소통하고 지혜를 주시는 분인데 말없는 배우와의 궁합이
기대 이상으로 환상이다.. 책 서문과 중간 중간 담겨 있는 화백님의 삽화도 어찌그리 소지섭이란 인물을 잘 표현 하셨는지
솔직히 말하면 사진보다도 더 가슴에 남았다. 여행의 마지막 장이라선지 말보단 풍경으로 할말을 대신 하는듯 하더니만 왠걸?.. 말 주변 없다던 이사람 글이 장난 아니게 길~다.. 안개 자욱한 원시림에서 그는 무엇을 보고 왔을까.. 분명 지나온 길인데 돌아보면 안개에 묻혀 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분명 그곳엔 길이 있었고 앞으로 걸어갈 길과도 연결되어져 있다. 사람의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지금까지 행해온 나의 행동이 조금은 서툴고 미약했다해도 분명 다음일의 밑거름이 될것이란 확신이
있다면 다가올 미지의 길도 당당하게 걸을수 있겠지.. 에필로그에서 그가 언급한 것 처럼 이번 작업은 어찌보면 이제 막 다시 출발선에 선 배우가 엄격했던 자신에게 스스로 의 속내를 들여다 보며 위로하고 싶었던 선물같은 포상휴가였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평생 교차점이 없었을지도 모르는 사람들과의 동반 여행이 그동안 서툴렀던 소통의 방법과 모든것을 비우고 다시 재충전 할수 있는 감사의 시간이었기를..
p.s 스스로도 귀하고 소중한 꽤 괜찮았다던 이번 여행의 동반자로 당신의 책을 읽고 있을 수많은 독자까지도 포함해준 당신의 다정함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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