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님 기일에..
오늘이 아버님 기일이었어요..
어제 미리 준비할것들은 서방 데불고 대충 봐오고
오늘 좀 이른 퇴근후 냉장고 에 붙여둔 메모 하나씩 지워가며 음식준비를 했죠.
올해로 벌써 20주기네요..
딱 5개월의 투병생활을 하시고 그리 황망하고 급하게 떠나실줄은 정말 몰랐어요..
이북 출신으로 홀홀단신 피난오셔서 슬하에 6남매를 키우시며 고생 많이 하셨다고 들었어요..
늘 새벽 5시 기상하셔서 밤 9시까지 성실히 일을 하셨대요..
평소에도 마른체구에 늘 부지런하시고 규칙적인 생활습관으로 건강은 자신하셨던 분이라는데..
연애기간 2년 결혼하고 삼년동안 참 이쁨 많이 받았어요..
어머님 몰래 용돈도 챙겨주시고 점심때 전화주셔셔 맛있는것도 사주시고
영화표도 구해주시고 생일 결혼기념일까지 꼭 챙겨주셨죠..
무조건 제 편이셨고 무조건 잘한다 맛있다 칭찬만 주셨죠..
어린 맘에 정말 내가 잘해서 칭찬듣나 했었는데..생각해보니 첫며느리에 대한 무한애정이셨던거죠..
마지막 가시는길에 제손을 꼭잡고 웃으셨어요..
어리고 미숙한 맏며느리가 얼마나 안쓰럽고 불안하셨을까..
남은 식구들을 어린 아들내외에게 맡기고 가실줄은 당신도 아마 예상치 못하셨을꺼예요..
한동안 아무런 준비없이 맞은 아버님의 부재로 가족 모두 참 힘든 시간을 보냈었죠..
아버님이 조금만 더 살아계셨다면 울 서방도 저도 제대로 된 어른으로 성장했을텐데..
지금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큰아이 은비가 태어났을때 제 나이만큼의 붉은 장미다발과 그때만해도 비싼과일이던 바나나를
두 다발이나 보내주셔셔 간호사들이 감탄을 했더랬지요..
아버님과 함께 한 오년의 시간이 돌이켜 볼수록 제겐 축복이었고 사랑 충만한 시간이었어요..
이번 추석엔 팔을 다쳐 성묘가는것으로 대신했기에 오늘 기일은 마음을 더하게 되더군요..
추석 앞두고 병원에서 며늘아가가 만든 송편이 드시고 싶다 하셨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그만
결국은 못드시고 가신게 늘 맘에 걸렸었어요..
어제 빻아 놓은 찹쌀에 단호박 삶아 물들이고 얼려놓았던 오디갈아 물을 들이니 색이 넘 곱더군요..
아이들이랑 몇개 안되지만 송편을 빚고 쪄내니 얼마나 이쁘던지..
일찍 퇴근해 온 서방 깜짝 놀라더군요..집에서 송편 빚은게 결혼 후 첨이었거든요..
마침 수능대비 특강으로 짬을 낼수 없는 동서네가 불참하는 바람에 단촐히 두딸 앞세워 제를 올렸어요..
이럴땐 아들없는 서방이 좀 안쓰럽기도 한데..뭐 어쩌겠어요..나만의 죄가 아닌걸..^^
늦은 저녁을 물리고 제기정리에 설겆이 까지 끝내니 울서방 한마디 합디다..
우리 아버지가 며느리 복은 있으셔..
최고의 찬사임다 칭찬에 인색한 울서방 입에서 나온 말치고는..
우스개 소리로 밤깔 힘만 있슴 나 살아선 시부모님 기일은 꼭챙기겠다 했는데
함께 한 오년의 사랑에 비하면 지금껏 그리고 앞으로 해드릴 제사는 참 보잘것 없는것이란게
마음이 아픕니다..
아직 친정부모님은 곁에서 건강하시니 살아 계실때 한번이라도 더 사랑한다 표현해야겠어요..
그리워 하는것만으로는 아무것도 할수가 없으니까요..